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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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바이오헬스 섹터의 인수·합병(M&A)은 예상보다 부진했습니다. 작년 초만 해도 글로벌 바이오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한데다, 빅파마가 보유한 현금도 풍부해서 M&A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초유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그에 따른 급격한 기업 가치하락이 매수자도 매도자도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ISSUE Briefing 2023년 4월18일)에 따르면 2022년은 11개월 동안 글로벌 바이오헬스 섹터의 M&A 가치가 전년 대비 53% 감소한 1050억 달러(약 140조원)로 하락했고, 거래건수도 27% 감소한 117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피어스파마(FiercePharma)는 이러한 거래 부진의 원인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규제 강화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바이오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대형 인수합병이 기업 간의 경쟁을 약화시키고 결국에는 약가상승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강화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암젠과 호라이즌 테라퓨틱스, 화이자와 바이오헤븐과 같은 빅 딜이 원만히 성사됐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규제보다는 급격한 금리상승이 2022년 바이오 인수합병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생각됩니다.

KPMG에 의하면 올 해 1분기 헬스케어 생명과학분야의 총 M&A 금액은 710억 달러(약 95조원)로 전년 동기 280억달러의 2배를 초과했습니다. 빅파마 화이자(Pfzer Inc)가 ADC(항체약물결합체) 전문 개발 바이오 기업 Seagen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GSK(GlaxoSmithKline)가 Bellus Health를, 머크(Merck&Co)가 Prometheus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프리미엄에 거래되었다는 점입니다. Prometheus와 Bellus Health는 시장가격에 각각 75%, 103%의 프리미엄이 얹어졌고, Seagen도 작년 머크가 제안했던 가격 보다 33% 높게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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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된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을 살펴보면 네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리드 파이프라인이 겨냥하는 시장이 크면서 신약승인 가능성이 높거나 승인이 완료됐으며 ▲다른 치료제와는 뚜렷이 차별화되고 질병을 보다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점 ▲다른 적응증으로 확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가 투자할 만한 바이오 기업을 선정하는데 실질적이며 유용한 빅파마적 투자관점을 제공합니다.

무디스(Moody’s Investor Services)는 빅파마가 M&A 대상으로 관심을 갖을 만한 다음 타깃으로 앨나일람(Alnylam), 매드리갈(Madrigal), 카루나(Karuna), 애로우헤드(Arrowhead)등을 선정했는데, 이 기업들은 이러한 네 가지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약 2580억달러(약 346조원)에 이르는 신약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금융환경에도 불구하고 빅파마가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 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빅파마 앱비(AbbVie Inc)의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도 블록버스터 휴미라(Humira)의 특허 만료가 주 원인입니다. 지난 1월 암젠(Amgen)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Amjevita)가 미국시장에 진입하면서 앱비의 휴미라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빅파마 경영진들은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는 M&A를 활성화하는 요인입니다.

2022년말 기준 빅파마가 보유한 현금은 1조4000억달러(약 1878조원)를 넘었습니다. 2020년까지만 해도 1조달러에 머물던 현금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40% 증가한 것입니다. 사상 최고 수준의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금리상승 국면에서 빅파마는 M&A 거래에서 더욱 좋은 매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기술혁신은 유전자세포치료제, mRNA백신 플랫폼, 인공지능 분야를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빅파마는 미래의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 혁신분야의 기술과 기업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불안한 금융환경 속에 완만한 경기침체가 예상됩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하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면서 바이오 기업들의 가치상승도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금리인하 논의가 촉발할 바이오 기업 가치상승은 거래 결정권자의 의사결정을 원활하게 해 M&A를 활성화하게 됩니다. 또한 2030년까지 이어지는 블록버스터 특허절벽은 금리의 하향 안정과 더불어 빅파마의 M&A를 더욱 촉진하게 될 것입니다. 2023년 글로벌 바이오 M&A는 기대해 볼 만합니다.

글로벌 바이오 M&A, 올해는 활성화될까 [이해진의 글로벌바이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해진 임플바이오리서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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