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보학회·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세미나
"수신료 분리 징수, 공영방송 상업화 우려"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하면 재원이 대폭 감소한 공영방송이 상업화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KBS 공영미디어연구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정치적 독립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이날 발제에서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납부율이 하락하고 징수 비용은 증가해 공영방송의 수신료 수입이 절반 또는 그 이하로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렇게 되면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물론 과거부터 이어진 공영방송 제도의 근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며 "광고 수익 등 상업적 자금은 편성의 상업성을 강화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 연장선에서 등장했다고 보기 어렵고 급작스러운 면이 있다"며 "정치적 목적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실은 대국민 소통창구인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3월부터 한 달 동안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 징수하는 방안에 국민 토론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의 96.5%(5만6천226건)가 찬성(추천)으로 나타났다.

수신료는 한전에 징수를 위탁해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기 전 1993년에는 납부율이 52.6%에 그쳤으나 2021년에는 납부율이 99.9%에 달했다.

분리 징수가 현실화하면 수신료 징수액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자로 나선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도 "공영방송사의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려면 재원 조달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민 토론에서 다수 국민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했더라도 이는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것을 고려하면 전체 국민의 여론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에선 안정적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수신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발제를 맡은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신료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법제화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수신료 제도를 위한 독립적인 기구를 설립하는 것을 포함해 제도 개선과 징수 방식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며 "수신료 제도의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수신료의 성격과 범위를 다시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공영방송의 역할과 정체성, 운영 방향에 관한 제도 개선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