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가전특수로 ‘슈퍼호황’을 누리던 국내 컬러강판 시장이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 여파로 차갑게 식고 있다. 철강사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가동률을 낮추면서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원자재값 상승 부담을 못 이긴 철강사들이 컬러강판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서 국내 시장이 더욱 차갑게 얼어붙는 악순환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강 2중’ 난립하는 시장2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컬러강판 생산량은 215만4000t으로, 전년(238만4000t) 대비 9.7% 감소했다. 동국제강, 포스코스틸리온(옛 포스코강판), KG스틸(옛 동부제철) 등 주요 철강사가 2020년 하반기부터 컬러강판 라인을 잇달아 증설하면서 국내 생산능력은 3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생산량은 전체 생산능력의 70% 초반에 그친 것이다.철강에 디자인을 입힌 컬러강판은 대리석, 나무 등 원하는 소재의 무늬와 질감을 구현할 수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고급 가전과 건축 내외장재에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와 오브제컬렉션에도 컬러강판이 사용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른바 ‘홈코노미(재택경제)’가 확산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늘자 컬러강판 몸값도 치솟았다. 컬러강판은 일반 철강재 대비 t당 가격이 최대 두 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동국제강이 독주하고 KG스틸(옛 동부제철)과 포스코스틸리온(옛 포스코강판)이 추격하는 ‘1강 2중’ 체제였다. 시장 점유율은 동국제강 35%, KG스틸 25%, 포스코스틸리온 20% 순이었다. 하지만 컬러강판 시장에 슈퍼호황이 찾아오면서 시장 판도가 급변했다.작년 3분기 기준 동국제강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2%까지 떨어졌다. 반면 포스코스틸리온과 KG스틸이 각각 20% 후반대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업계 4위와 5위인 세아씨엠과 아주스틸도 점유율이 각각 10% 중반대까지 높아졌다. ‘1강 2중’ 체제에서 ‘3강 2중’ 체제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국내 컬러강판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업체들의 공격적인 라인 증설이 뒤따랐다. KG스틸은 2021년부터 컬러강판 연간 생산능력을 30만t, 동국제강과 아주스틸은 10만t가량 늘렸다. 세아씨엠도 연간 생산능력을 8만t 늘렸다. 국내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2020년 234만t에서 작년 말 300만t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잇단 물량 확충에도 가전 특수로 컬러강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컬러강판 가격도 20% 이상 상승했다. ○실적 반토막 난 업체들작년 하반기부터 건설·가전 시장에 불황이 찾아오면서 컬러강판 시장도 차갑게 식었다. 경기침체 여파로 삼성전자와 LG전자 생활가전 부문 실적이 급감하자 주요 컬러강판 업체 실적도 추락했다. 동국제강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잠정치)은 7435억원으로, 전년(8030억원) 대비 7.4% 줄었다. 경기침체가 본격 시작된 작년 하반기로 좁혀보면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2441억원으로, 전년 동기(4866억원) 대비 반토막났다.포스코스틸리온의 작년 영업이익은 382억원으로, 전년(1433억원) 대비 73.3% 줄었다. KG스틸은 같은 기간 2969억원에서 3404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하지만 하반기 기준으로는 1568억원에서 1215억원으로, 22.5% 감소했다.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컬러강판 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잇따라 라인 가동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슈퍼호황이 찾아왔던 2020년부터 작년 초까지 컬러강판 라인 가동률은 100%에 달했다. 동국제강은 작년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서 운영하는 컬러강판 라인 가동률을 10% 이상 끌어내렸다. 포스코스틸리온과 KG스틸도 가동률은 10% 이상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컬러강판 기업들은 시장 상황 악화에도 올 들어 일제히 컬러강판 가격을 t당 최대 10만원씩 올렸다. 컬러강판 기초 철강재인 열연코일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을 상승 근거로 제시했다. 컬러강판 가격은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림세였다.문제는 수요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가 시장이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이 ‘3강 2중’ 체제로 뒤바뀐 상황에서 언제든지 가격 출혈경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철강사들은 프리미엄 제품과 수출 확대로 사업모델을 바꿔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한때 국내 컬러강판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동국제강은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인 ‘럭스틸’(사진)을 앞세워 거래처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포스코스틸리온도 프리미엄 컬러강판 시장을 겨냥해 2021년 통합 브랜드 ‘인피넬리’를 내놨다.강경민 기자
신안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휴스틸이 작년 3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깜짝 실적’을 냈다. 이 회사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다른 철강업체를 웃돌았다.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휴스틸은 지난해 매출 1조311억원, 영업이익 2887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67.3% 356.8% 불어났다. 영업이익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1224억원)은 국내 철강회사 중 가장 높았다.휴스틸은 송유관을 비롯한 배관용 파이프(강관) 등을 생산한다. 파이프 생산능력은 121만t으로 세아제강(152만t)에 이어 2위다. 지난해 실적이 큰 폭 불어난 것은 미국 송유관 수출이 급증한 결과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이 회사 수출도 덩달아 뛰었다. 이 회사는 법정관리를 겪던 2001년 ‘골프장 재벌’ 박순석 회장이 이끄는 신안그룹에 인수됐다.깜짝 실적 덕분에 주식시장에서 휴스틸은 이날 8.75%(520원) 오른 6460원에 마감했다. 지난 10일부터 2거래일 동안 24.5% 올랐다.휴스틸은 내년 말까지 미국 클리블랜드에 1243억원을 투자해 송유관 공장을 짓기로 했다. 공장은 미국 현지에서 송유관 등을 생산하는 만큼 각종 무역규제를 우회할 수 있고, 그만큼 해외 실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그동안 바겐세일 기간이었네요. 더 매입 못해 안타깝습니다""실적 보고 대출 받았습니다. '풀매수' 합니다."신안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휴스틸 주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작년 3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결과다. 작년 4분기 실적은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도 압도했다. 하지만 회사 주가는 극도로 저평가받고 있다. 시가총액이 3300억원대로 작년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이 종목을 눈여겨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휴스틸은 지난해 매출 1조311억원, 영업이익 2887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7.3% 356.8% 불었다. 당기순이익은 408.6% 늘어난 1931억원을 거뒀다.휴스틸은 송유관을 비롯한 배관용 파이프(강관)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파이프 생산능력은 121만t으로 세아제강(152만t)에 2위 회사다. 휴스틸은 법정관리를 겪던 2001년 '골프장 재벌' 박순석 회장이 이끄는 신안그룹에 인수됐다. 이 회사 실적이 큰 폭 불어난 것은 미국 정부가 현지에 송유관 등 자원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송유관 수출이 큰 폭 늘어난 결과다. 작년 4분기에만 12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철강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냈다.깜짝 실적을 발표한 지난 10일 휴스틸 주가는 5940원에 마감하며 14.45%(750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저평가라는 분석이 많다. 이 회사의 작년 순이익(1931억원)과 10일 시가총액(3338억원)을 고려해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72배 수준이다. KG스틸(4.37배) 세아제강(4.18배) 고려제강(4.04배) 현대제철(3.07배) 현대비엔지스틸(2.39배) 동국제강(2.21배) 등 다른 철강주를 밑돈다.휴스틸 주가 전망은 극명히 엇갈린다. 미국 클리블랜드 송유관 공장을 내년 말 준공하는 데다 해상풍력 구조물 사업에도 진출하는 만큼 실적 기대감은 상당하다. 이 회사는 미국 클리블랜드시 4만3000평 부지에 1243억원을 투자해 송유관 공장을 짓고 있다. 2024년 12월 준공되는 이 공장은 미국의 각종 무역보호조치에 대응하는 만큼 해외 사업 실적에 기여할 전망이다. 유상증자 자금을 비롯해 1720억원을 투자해 군산에 짓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장도 회사 실적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 공장은 2025년에 준공된다.하지만 회사가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 만큼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갈지 불투명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휴스틸은 작년 12월13일 67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갑자기 실시했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