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증자로 배임' KBS노조 감사청구엔 "'배임 고의' 정황 없어"
KBS "의혹에 결백 입증…감사원 처분 검토하고 개선책 마련하겠다"
감사원 "KBS, 계열사 성과 목표치 낮춰"…중대 위법 발견 안돼(종합)
KBS가 드라마 제작 계열사 '몬스터유니온'이 경영실적 목표를 쉽게 달성하도록 목표치를 조정해주는 등 소홀하게 관리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앞서 KBS 노동조합은 KBS가 경영 악화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이 회사에 400억원 증자를 강행하는 배임을 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1일 공개한 KBS 국민감사청구 결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KBS는 몬스터유니온과 경영계약을 맺고 매년 영업이익, 시청률 등을 기준으로 경영평가를 하고 있으며 이사회 의결사항 등도 보고받고 있다.

몬스터유니온은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연모', '달리와 감자탕', '대박부동산' 등 KBS 드라마를 제작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KBS는 2021년 초에는 몬스터유니온의 영업이익 목표를 2억2천만원으로 정했는데도 회계연도 중간인 3월에 다시 영업이익 목표치를 1억2천만원으로 낮췄다.

또 작년에는 과거 몬스터유니온 제작 드라마의 최저 시청률인 2.3%보다도 낮은 1%를 성과급 지급 최저점수 기준으로 정해줬다.

감사원은 이어 몬스터유니온이 엔터테인먼트 기업 A사에 진행한 전략적 투자와 관련해 KBS가 사후 관리에도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몬스터유니온이 A사 전환사채에 30억원을 투자하고도 A사 소속 배우를 몬스터유니온 드라마 제작에 활용하겠다는 등의 실효성 있는 제휴 협약을 하지 않았고, A사 사외이사로 임명된 몬스터유니온 직원은 A사 이사회에도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 "KBS, 계열사 성과 목표치 낮춰"…중대 위법 발견 안돼(종합)
다만 감사원은 KBS의 배임 의혹에 대해선 "몬스터유니온이 2016부터 2021년까지 누적 손실이 122억원에 달하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KBS 이사회가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증자를 의결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방송법에서 현재 정당 당원이거나 3년 이내 당원이었던 사람은 KBS 사장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도 KBS가 현 김의철 사장은 물론 이전 사장들도 정당 가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임명 제청했다고 지적했다.

감사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 김 사장의 정당 가입 이력은 없었다.

KBS가 2017∼2021년 공공기록물인 KBS 기록물 1만1천365개를 별도 심사·심의 없이 폐기했으며 2019년에는 폐지 부서의 기록물 원본 목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비전자 기록물 2건이 폐기 또는 분실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감사원은 KBS 이사장에게는 사장 결격사유를 조회·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KBS 사장에게는 기록물을 폐기·이관할 때 관련 법령 절차를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KBS 노동조합이 청구한 8개 감사 사항 중 김 사장 선임 절차를 포함한 5개 사항을 들여다본 감사원은 "중대한 위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는 이날 감사원의 발표에 "감사에서 KBS의 고의적이거나 중대하고 심각한 위반 사안이 전혀 확인되지 않아 오히려 제기된 의혹들에 결백을 입증하고 명예를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감사원이 요구한 처분 사항을 검토하고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