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관계 관리용 파견' 해석도 나와…공식적으론 "이임 인사 차원"

주러시아 한국대사를 지낸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이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해 현지 당국자들과 면담할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건부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에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상황에서 한러관계 관리 차원의 방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장 차관은 이르면 이달 중순께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현지에 1박 2일가량 체류하며 주요 외교 채널과 접촉, 현안에 대해 대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6일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이슈가 양국 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방러여서 주목된다.

외교가에선 장 차관의 방러 및 러시아측과 면담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 지원 논란과 관련한 고위급 소통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장 차관은 대사 시절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대외 전략을 공유하고 원활한 한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 외교 당국자들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사실상의 특사로 파견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려 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진 외교·안보라인 개편으로 장 차관이 현지 인사들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떠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방러는 공식적으로 이임 인사가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장 차관은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한국에 잠시 들어온 지난달 7일 외교부 1차관으로 내정돼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이 대러 제재에 동참한 뒤 (러시아에) 비우호국으로 지정돼 있으니 이럴 때일수록 인사를 확실히 하는 편이 낫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로이터통신과 방미 전 인터뷰에서 민간인 대량 학살 등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러시아는 "무기 공급 시작은 전쟁 개입을 의미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24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우리나라와 전쟁 당사국들간 다양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론'으로 선회했다.

이후 방미 기간에는 여러 차례 "국제 사회와 연대하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러대사 출신 외교차관 조만간 방러…'우크라 입장' 설명할 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