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이버 안보'로 확장된 韓·美 동맹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은 양국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안보 동맹을 사이버안보 분야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그간 양국의 노력을 협력 문서로 담은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가 발표됐다. 협력 문서의 가장 큰 의의는 한·미 동맹을 사이버공간으로 확장함으로써 한 단계 발전한 한·미 동맹을 구축해 새로운 안보 환경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프레임워크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또는 국제 랜섬웨어 해킹조직 등과 같은 악의적인 행위자들의 사이버공간 활동을 차단하고 억지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대응 수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한·미가 협력한다. 둘째, 자금세탁 및 가상자산 탈취 등에 대응하기 위해 다크웹, 불법 거래 등과 관련한 온·오프라인 상의 다양한 출처 정보 확보에 협력한다. 셋째, 유엔 및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사이버공간에서의 파괴적 행위에 관여하는 국가에 무거운 책임을 지운다. 넷째, 사이버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이 주관하는 사이버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반시설 보호를 위한 핵심 기술 연구개발에 협력한다. 다섯째, 사이버안보 전문가 교류와 교육 지원 등에 협력하고 민간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한국 국가안보실과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채널, 한·미 사이버 대화, 한·미 대북 사이버 위협 워킹그룹, 한·미 사이버 협력 워킹그룹 등 다양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국은 미국 사이버안보·인프라보호청(CISA)의 합동사이버방어팀(JCDC)과 한국의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NCRMU)이 사이버 위협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연구 및 훈련에 상호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번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협력 문서 채택으로 육·해·공 국방의 전통적 안보에서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 사이버공간으로 안보 체계를 확장함으로써 ‘핵우산’에 비견할 ‘사이버우산’을 확보하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주요 기관 해킹 및 가상자산 탈취 등 북한의 사이버 도발에 신속하고 강력한 공동 대응이 가능해졌다. 관련 기업들이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함은 물론 핵심 사이버 방어기술 및 솔루션을 적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협력 문서 채택으로 한·미 양국이 실시간으로 정보공유 체계를 활성화함으로써 영미권 5개국(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5-Eyes)’에 견줄 수 있는 정보동맹체계의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기회에 지난 십수 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이버안보법’도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사이버안보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상정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사이버테러 업무를 정보기관이 담당하는 것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정치권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정보원에 권한이 쏠리는 것에 대한 우려로 법안이 아직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불안과 우려가 있다면 그것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면 되는 것이지 그것 때문에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관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번 한·미 간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발표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사이버안보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