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 가는 30% 혜택 못받아 '복지 사각지대'"
대학가 '천원 아침밥' 열풍의 이면…캠퍼스 밖 또래는 소외
"저도 천원에 아침을 먹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네요.

"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이송헌(25)씨는 "(물가가 올라) 예전에 비해 식비 지출만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며 "대학을 안 갔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하면 누군가는 억울함을 느끼지 않겠나"고 말했다.

대학가에서 '천원의 아침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광경은 이씨에겐 남의 얘기다.

천원의 아침밥은 일부 대학이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학내 식당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1천원에 아침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20대 유권자의 지지에 목마른 정치권이 대표적인 청년 대책으로 이에 주목했고, 앞다퉈 대학교 학생식당으로 달려갔다.

고물가로 민심이 흉흉해진 터라 '천원'이라는 숫자가 지니는 상징성이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관심 속에 정부와 대학도 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이젠 '공짜 아침밥'까지 등장했다.

물가 상승으로 밥값 부담이 만만치 않은 대학생들도 싼 가격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이 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천원의 아침밥을 먹어본 28개 대학 5천437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8.6%는 '식단 구성이 풍부하다'는 데 동의했다.

98.7%는 '이 사업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침밥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대학생도 91.9%였다.

그러나 천원의 아침밥이 성공 사례로 주목받을수록 캠퍼스 밖에 있는 또래 청년들은 더 씁쓸하기만 하다.

대학 진학 대신 사회에 진출하는 길을 택한 직장인 박주해(23)씨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했다.

박씨는 "우리도 청년인데 사회에 먼저 나왔다고 해서 혜택을 누릴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차상위계층에 '천원의 아침밥'을 지원한다면 이해하겠지만 단지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천원에 밥을 먹는 건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종로학원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졸업생 44만5천815명의 73.3%인 32만6천986명이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나머지 11만8천829명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

고교 졸업생 10명 중 3명 정도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셈이다.

대학에 가지 않았지만 소속 학교가 사업에 선정되지 못했거나 애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청년까지 고려하면 천원의 아침밥에서 소외된 이들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학생이 1천원을 내고 정부가 1천원을 지원하면 나머지 아침밥값을 대학 측이 채우는 구조다.

대학이 사실상 절반 정도는 부담해야 해 재정 형편이 어려운 곳에 다니는 청년은 같은 대학생이지만 이 제도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제도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30%의 젊은이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할 수 있다"며 "대학교나 동문회의 지원이 없으면 사업 운영이 어려움에도 생색은 정치권이 내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당초 사업 대상을 지난해 28개 대학 48만6천여명에서 올해 41개 대학 68만4천여명으로 늘렸다.

그러다가 당정협의를 거쳐 올해 지원 대상을 150만명으로 다시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작년보다 100만여명 많은 대학생이 아침밥을 1천원 먹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