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체육시설을 사설 동호회 회원들이 독점하다시피 사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OK!제보] 동호회가 점령한 공공체육시설…술판까지 벌여 '눈살'
서울에 사는 A씨는 최근 주말을 이용해 배드민턴장이 있는 구립 다목적체육관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비어 있던 코트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지역 배드민턴 클럽 회원들에게 제지당한 것. 회원들은 "이곳은 우리 코트다.

구민용 코트는 저쪽이다"며 A씨 일행을 구석 코트로 내몰았다.

알고 보니 주말 오전 시간대에는 체육관 내 총 8개의 코트 중 7개가 클럽에 배정되어 있었고, 일반 구민들은 나머지 한 코트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구민용으로 배정된 코트에는 배드민턴을 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A씨는 "시간표를 보니 주말뿐 아니라 주중도 클럽 위주로 코트가 배정되어 있었다"면서 "관리자에게 문의했더니 코트를 원활하게 이용하고 싶으면 회비를 내고 클럽에 가입하라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몇 주 뒤 이 체육관을 다시 방문한 A씨는 체육관을 점령한 클럽 회원들이 술판을 벌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A씨는 "클럽 회원들이 코트에 상을 펴고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면서 "코트 내 음주는 금지사항인데도 관리자는 모르는 척 그냥 지나갔다"고 했다.

그는 또 "이곳뿐 아니라 다른 공공 체육시설에서도 사설 클럽들이 공간을 점령해 허탕 치고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세금으로 지어진 공공시설을 시민들이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특정 동호회가 공공 체육시설을 독점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9년 '공공 체육시설 사용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전국 지자체에 제도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지역주민 누구나 차별 없이 시설을 사용하도록 사용기간, 사용일, 시간에 관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투명한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동호회의 공공 체육시설 독점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권익위 권고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이를 지키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A씨가 방문했던 다목적체육관을 관리하는 시설관리공단과 구청 측은 "과거 불법 야외 배드민턴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이를 이용했던 클럽 회원들의 반발이 심해 회원들을 다목적체육관에 수용하는 조건으로 야외 배드민턴장을 철거했다"면서 클럽들이 코트를 배정받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최근 다목적체육관 운영에 대한 구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 이용현황을 조사한 뒤 클럽에 배정되는 코트를 줄여나가는 등 운영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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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