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 슈 인터뷰…"한국적인데도 한국 영화완 다르단 말, 칭찬으로 들려"
'리턴 투 서울' 감독 "한국의 해외입양, 낯선방식으로 풀어냈죠"
"한국 아이의 해외 입양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흔한 방식이 아닌 낯선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
다음 달 3일 국내 개봉 예정인 프랑스 영화 '리턴 투 서울'(Return to Seoul)을 연출한 데비 슈 감독은 25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프랑스로 입양된 프레디(박지민 분)가 25세가 돼 우연히 서울에 오면서 겪는 일을 다룬 영화다.

별생각 없이 서울에 온 프레디는 이곳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들의 권유로 입양 기관을 방문해 친부모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국에 돌아온 해외 입양아가 친부모를 만나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화해하는 뻔한 이야기를 비켜 간다.

프레디는 친부와 재회하지만,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끝내 답을 못 찾고 떠도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이를 암시하는 듯하다.

슈 감독은 "뭔가 답을 주고 끝낼 게 아니라 프레디가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난다는 열린 결말이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자기 정체성의 혼란은 해외 입양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청춘이 겪는 고통일 것이다.

슈 감독은 "프랑스를 비롯해 홍콩, 대만, 호주, 미국 등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이 있었는데 젊은 세대, 특히 여성이 그랬다"며 "프레디에게 깊이 공감하고 그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를 규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거부하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젊은이가 갈망하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점에서 프레디는 이 시대 모든 청춘의 대변자일 수 있다.

프레디는 자기가 품은 질문에 대해 누군가가 주는 답을 고집스럽게 거부한다.

'리턴 투 서울' 감독 "한국의 해외입양, 낯선방식으로 풀어냈죠"
상투적인 것을 싫어한다는 점에서는 슈 감독도 프레디와 닮았다.

'리턴 투 서울'을 보다 보면 이정화의 '꽃잎' 같은 한국의 흘러간 대중가요를 많이 들을 수 있다.

프레디가 서울에 온 시점도 2010년쯤 돼 보이는데 왜 굳이 옛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택했을까.

슈 감독은 "한국에선 유명해도 외국엔 안 알려진 옛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한국에 가면 이런 낯선 노래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겠네' 하는 느낌을 자아낼 수 있는 음악을 많이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프레디는 슈 감독의 분신이기도 하다.

슈 감독도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그가 처음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도 프레디와 같은 25세였다.

슈 감독은 "나의 많은 이야기가 프레디의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다"며 웃었다.

이 영화의 주목할 점으로 주연 배우 박지민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의 한국계 이민 2세 비주얼 아티스트인 박지민은 영화 출연이 처음인데도 빼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슈 감독은 "누가 봐도 '저 사람은 얼굴이 아시아인이어도 유럽에서 자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며 박지민을 발탁한 배경을 설명했다.

'리턴 투 서울'도 그런 박지민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촬영을 한국에서 했지만, 그 시각은 이국적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서울 밤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 촬영했고, 한국 사람들이 나오고, 배경과 대화도 너무 한국적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 영화 같지 않다는 말을 듣곤 해요.

제겐 그 말이 칭찬으로 들리네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