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프로젝트' 연관 신 전 대표 등 총 10명 재판행
루나 시총 50조원 증발하는 동안 4천629억원 챙겨
檢 "'테라'는 허구·사기"…신현성 등 무더기 기소(종합)
가상화폐 '테라' 관련 사업을 총괄한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신현성(38)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신씨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가격 고정 알고리즘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아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냈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만 루나 코인의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돼 피해자 28만명이 양산됐지만 신씨와 주변인사들은 폭락 전에 팔아치워 약 4천6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 '테라'는 실현 불가능한 허구…알면서도 허위 홍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25일 신씨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공모규제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횡령,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배임증재,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테라의 가격 고정 알고리즘이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도 지속적인 거래 조작과 허위 홍보로 전 세계 투자자를 속여 대규모 손실을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말 신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두번 모두 기각됐다.

신씨와 함께 테라 금융사기에 가담한 관계자 7명, 이들의 범행을 돕고 불법 수익을 챙긴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의 전 대표 유모(38)씨와 금융권 로비를 담당한 하모씨 등 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테라 사건과 관련해 총 10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신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구금된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테라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립한 뒤 '스테이블 코인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사업인 '테라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이들은 테라 코인을 시장 원리에 의한 공급 조절과 차익거래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홍보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등 현실에서도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어 알고리즘 작동에 필요한 수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테라폼랩스의 논리였다.

그러나 검찰은 블록체인 지급결제 서비스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가격고정 알고리즘' 자체가 처음부터 허구였다고 판단했다.

특히 신씨 등은 2018년 9월에 이러한 상황을 인지했는데도 프로젝트를 강행해 투자자에게 홍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 단장은 "당시 내부에서도 '이건 안 된다'는 판단이 있었는데도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추진했다는 관련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檢 "'테라'는 허구·사기"…신현성 등 무더기 기소(종합)
◇ 개미만 '털리고' 테라폼랩스 일당 4천629억원 챙겨
이들은 거래 조작과 투기 수요 창출로 테라 가격을 유지했다.

당시 이들은 트레이딩봇으로 테라 코인에 대한 자전거래를 반복, 거래량을 부풀리고 설정한 가격에 매도와 매수 주문을 반복하는 식으로 가격을 유지했다.

이들의 조작과 허위 홍보로 2021년 5월께 약 2조원 규모였던 테라 코인 유통량은 지난해 5월 약 21조원으로 불어났다.

이때 문제가 터졌다.

테라 코인 시장 규모가 조작만으로 유지할 수 없는 범위로 커지면서 가격고정이 깨지고 테라·루나의 거품이 붕괴했다.

루나 폭락으로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으나 신씨와 일당은 이미 약 4천629억원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특히 신씨는 루나 코인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21년 3월께부터 본격적으로 매도하기 시작해 폭락 직전까지 최소 1천541억원의 개인수익을 실현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신씨 주변에서 루나를 헐값에 배정받은 투자업체 등도 최소 수억원에서 많게는 2천억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테라폼랩스 일당은 테라 금융사기 외에도 전자상거래 업체 대표에 대한 금품 로비, 결제정보 무단유출, 테라폼랩스 법인자금 횡령도 저질렀다.

신씨는 허구에 가까운 '테라 블록체인 지급결제 사업'을 내세운 '차이 프로젝트'로 국내외 벤처투자사 등에서 투자금 1천221억원을 유치한 혐의도 있다.

차이코퍼레이션의 결제정보 1억7천만건을 테라폼랩스 등 다른 회사에 유출한 혐의,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의 전 대표 유모(38)씨에게 "테라를 간편결제 수단으로 도입한다고 홍보해달라"고 청탁하고 그 대가로 루나 코인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다.

유씨는 신씨에게 티몬에서 테라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루나 코인 50만개를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됐다.

유씨도 루나 코인을 고점에서 팔아치워 38억원의 이득을 봤다.

테라의 금융권 로비를 담당해 은행에 사업을 알선한 혐의(알선수재)를 받는 브로커 하모씨도 함께 기소됐다.

하씨 역시 신 전 대표에게 받은 루나 코인 21만개를 현금화해 1억6천만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檢 "'테라'는 허구·사기"…신현성 등 무더기 기소(종합)
◇ 검찰, 범죄수익 2천468억원 동결
검찰은 신씨와 권 대표 등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해 2천468억원 상당의 재산을 동결했다.

권 대표의 비트코인 등이 흘러간 것으로 추정되는 스위스의 디지털자산은행 시그넘 계좌 등 다수의 해외 가상자산도 동결했다.

검찰은 이번 기소가 국내 피해자의 피해 보상을 지원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에서만 테라·루나 폭락으로 인한 피해자가 28만명, 피해 규모는 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피해액은 산술적으로 약 110만원이다.

단 단장은 "이들의 사기적 부정거래 범죄를 규명·기소함으로써 피해자가 더 쉽게 민사적 구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이들에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과 함께 자본시장법상 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권 대표가 국내에 송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씨 측 변호인은 이날 "테라 사태 2년 전 테라폼랩스에서 퇴사해 폭락 사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객관적 실체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향후 재판과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반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