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공개 성명…적십자 단장 "20년 만에 수용시설 둘러 보고 충격"
현재 30명 남아…NYT "일부 수용자 뇌·소화기 손상 후유증"
벌써 20년…국제적십자 "관타나모 수용자 건강상태 심각"
미국 정부가 기소도 하지 않고 '테러 용의자'를 구금해온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이곳에 갇힌 장기수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는 국제 구호기구의 지적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따르면 ICRC의 패트릭 해밀턴 미국·캐나다 대표단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관타나모 수용소 당국은 수감자의 고령화에 대응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2003년 지은 관타나모 수용소는 올해로 20년이 됐다.

해밀턴 단장은 성명에서 "2003년 ICRC 근무 초기 통역사 자격으로 관타나모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지난달 ICRC의 정기방문 차원에서 관타나모에 다시 갔을 때 장기 수용자들이 급속한 노화 증상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구금 생활의 누적 효과가 노화를 가속화한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해밀턴 단장은 "관계 당국이 현재 임시 대응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 이 수용소를 더 유지하려면 좀 더 포괄적인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모든 수용자는 수용소 안이든 다른 어디서든 악화해가는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수용자들이 가족과 더 자주, 더 오래 통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미 정부와 의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절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구금시설 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온 ICRC가 당국자들과의 비공개 소통을 벗어나 공개적으로 성명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한편 NYT는 변호인의 말을 인용, 일부 수용자는 구타와 수면박탈에 의한 뇌 손상 및 장애, 소화기관 손상, 그외 장기간 계구 착용과 관련한 문제들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60대 최고령 수감자인 압드 알하디 알이라키는 2017년 이후 수용소에서 척추와 등 수술을 여섯 차례 받았는데, 최근 심각한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그의 변호인은 작년 11월에 받은 금속삽입 수술의 부작용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 조사단도 지난 1월 11일 이 수용시설의 의료 문제와 관련해 당국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사태가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해외에서 잡아들인 테러 용의자 등을 수용하기 위해 이듬해 쿠바 군사기지에 설치한 시설이다.

2003년에는 수감자가 660명에 달하기도 했으나 명백한 증거가 없는 용의자를 기소도 하지 않은 채 가두거나 고문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인권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재 관타나모에는 30명의 수감자가 남았으며, 미국 정부는 이들을 다른 나라 수용시설 등지로 이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