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했거나 장차 인멸 예상된다고 단정 어려워"
검찰, 공범간 '사인 교환' 의심…회유정황 등 보강 주력할 듯
강래구 영장기각 암초 만난 '돈봉투' 수사…檢 신속 재청구 방침
이른바 '이정근 녹취파일' 확보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는 듯하던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가 암초를 만났다.

핵심 피의자인 전직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58)씨에 대해 청구한 이번 사건 첫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공범들 사이의 추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신속히 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서 현 단계에서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21일 기각했다.

기각 사유를 살펴보면 검찰이 강조해온 사안의 중대성, 금품 살포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강씨의 혐의는 어느 정도 입증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윤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압수수색 이후 피의자가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거나 다른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 및 허위 사실 진술 등을 하도록 회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현재까지 확보한 주요 증거와 향후 수집이 예상되는 증거들에 대해 피의자가 수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거를 인멸했다거나 장차 증거를 인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436자로 평소보다 다소 긴 기각 사유를 통해 검찰이 주장해 온 강씨의 증거 인멸 및 회유 의혹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강래구 영장기각 암초 만난 '돈봉투' 수사…檢 신속 재청구 방침
이런 법원 판단에 검찰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납득할 수 없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인해 공범 간 진술 조작이나 증거 인멸 등이 이뤄져 진상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달 12일 주거지 등 압수수색 당시 강씨가 수사팀 연락을 피해 압수수색이 다음 날까지 지연됐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피의자만 9명인 상황에서 강씨가 관련자들과 여러 차례 접촉해 녹취 내용 등을 언급한 점 등에 비춰 공범 간 말맞추기·회유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강씨에게 돈을 대준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관석 의원이나 강씨로부터 돈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이정근(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는 지원해달라는 전화가 왔는데 거절했다"고 밝힌 점도 공범 간 꼬리 자르기를 위한 '사인'을 주고받는 것일 수 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김씨는 2008∼2022년 윤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총 6천5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최대 20명이 총 6천만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만큼, 이들이 강씨의 검찰 진술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이자 지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조기 귀국할 경우 조직적인 회유 시도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고 검찰은 우려한다.

강래구 영장기각 암초 만난 '돈봉투' 수사…檢 신속 재청구 방침
검찰은 이처럼 주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강씨의 증거인멸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데다, 사안의 중대성까지 고려하면 신속히 사건 전말을 밝혀내기 위해 강씨의 신병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혐의 다지기를 위한 추가 소환조사보다는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법원 판단을 되돌리는 데 초점을 맞춰 강씨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회유 정황 등을 보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1차 영장 심사에서 검찰의 각종 증거 제출에도 증거 인멸 우려를 인정하지 않은 만큼 검찰이 짧은 시간 안에 추가 입증 자료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