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고문' 회의론도 비등…울산시, 맑은 물 확보 종합계획 수립 용역
김두겸 시장 "정부 정책만 기대 않고 자체적으로 맑은 물 확보 노력"
2년 넘도록 한 걸음도 못 뗀 정부의 '운문댐 물 울산 공급'
경북 운문댐 물을 끌어와 울산의 식수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이 정부에서 승인됐지만, 정작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을 위한 절차는 약 2년이 지나도록 아직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실정이다.

울산에서도 "결국 희망 고문만 하다가 흐지부지되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비등한 가운데, 울산시도 외부에서 물을 공급받는 대신 자체 수원을 확보하려는 대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가 지난 2021년 6월 의결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에는 '운문댐을 활용해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한 물을 울산시에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침수 피해를 겪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고자 대곡천 하류 지점에 있는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이 때문에 부족해진 울산시민의 식수는 운문댐 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후 지난해 4월에는 정부, 대구시, 경북 구미시 등이 구미 해평취수장을 거친 물을 대구 등에 공급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하면서 울산지역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운문댐에서 물을 공급받던 대구가 구미에서도 하루 평균 30t의 물을 받게 되면, 그만큼 운문댐 물 활용에 여유가 생겨 울산 공급이 가능하리라는 해석에서다.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환영하면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공급을 동시에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2년 넘도록 한 걸음도 못 뗀 정부의 '운문댐 물 울산 공급'
그러나 이후 상황은 울산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됐다.

협정 체결 이후 취임한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장호 구미시장이 구미로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급기야 대구시는 지난해 8월 협정 해지를 통보했다.

대구시는 이후 경북 안동댐과 임하댐 원수를 공급받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안동시와 체결, 새로운 수원 확보에 나섰다.

이처럼 울산의 기대와 달리 대구지역 수원 추가 확보가 지지부진한 데다 대구가 수원을 확보한다고 해도 울산이 운문댐 물을 공급받는다는 보장도 없어, 울산에서도 '운문댐 물 공급은 요원하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의결 당시에도 '사업 착공 전까지 주민 동의를 구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을 내걸어, 운문댐 물 공급 현실화에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히는 대구·경북지역 설득 작업을 울산의 부담으로 남겨둔 상태다.

실제로 김두겸 울산시장도 평소 "울산이 마실 물을 다른 지역에 내주라고 하면 선뜻 줄 수 있나.

맑은 물 마실 권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대구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22일 "통합물관리방안은 정부 법정사무여서 장기간 시간이 걸릴지언정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로서는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을 위한 절차가 중단된 상태이며, 정부나 대구시 등의 의지와 협조가 필요한데 모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다소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울산시는 운문댐 물 공급과 상관없이 자체 상수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내년 5월 완료 목표로 '맑은 물 확보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는 기존 댐 저수량 확충, 해수 담수화, 소규모 댐 개발 등 상수원 확보를 위한 방안이 폭넓게 담길 예정이다.

김두겸 시장은 "사연댐 수위 조절로 울산시민이 맑은 물을 마실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으므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다만 정부 정책에만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맑은 물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2년 넘도록 한 걸음도 못 뗀 정부의 '운문댐 물 울산 공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