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탈냉전'에 눈물 흘린 북한, '탈세계화'에는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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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고립돼 '고난의 행군'…美와 대립하는 中주도 질서 편승 주목
1990년대 이후 만들어진 세계화 체제가 위협받으면서 북한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도미노로 냉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전세계는 이념을 뛰어넘어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역사가 끝났다"고까지 했다.
자유주의로 세계가 하나가 되면서 더 이상의 세계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이념의 장벽을 걷어내고 하나가 되었고 산업적 분업구조는 일국 차원을 뛰어넘어 국제적 질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93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국가 간 차별금지를 세계화 시대의 핵심 명제로 내걸었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국제질서의 근간이 된 세계화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내세워 세계화 시대 최대 수혜를 입으며 G2로 성장한 중국을 겨냥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 탈냉전과 세계화의 흐름에는 경제적으로 발전을 하면 정치적으로 민주화할 것이라는 미국 등 서방사회의 이른바 '단계적 발전론'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지만, 공산당 일당독재가 유지되고 있고 시진핑 시대 들어서는 일인지배 양상이 더해지며 정치적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다.
여기에다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는 국내적으로 중산층 부활을 내걸고 대외적으로 중국 경제에 차단벽을 쌓고, 앞선 기술력 등을 내세워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도 내어줄 수 없다는 사실상의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국제질서의 변화는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실 북한이 겪고 있는 고난의 시작은 탈냉전으로 본격화했다.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를 전환하고 급기야 중국과 구소련까지 개혁개방을 내세우며 한국과 수교를 하면서 북한은 기댈 언덕을 상실했다.
국민총생산액의 1.7배 증가를 목표로 1987년부터 추진한 제3차 7개년 계획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노동당은 1993년 12월 제6기 21차 전원회의를 열어 공개적으로 목표 미달을 선언했다.
여기에 홍수와 가뭄, 냉해 등 자연재해가 이어지고 외부 조력이 끊기면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걸어야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세계화 시대를 살아갈 유일한 출로가 미국과 관계를 푸는 데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런 판단에 따라 때로는 미국을 향해 핵과 미사일로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때로는 대화라는 유화책을 내놓기도 했다.
어렵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역사적인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결국 빈손이었고 북한의 선택은 '자력갱생'과 '핵·미사일 개발'에 기대는 고립정책이었다.
그런데 북한을 고립으로 내몰았던 탈냉전과 세계화 흐름이 민주주의와 공급망 전략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무장하고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미·중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을 다층적이고 다방면으로 강화하고 있다.
남중국해나 대만문제, 공급망 문제 등 정치·군사·경제·외교적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G2로 평가될 만큼 거대해진 중국은 일대일로, 상하이협력기구(SCO) 뿐 아니라 중동,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힘을 키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정상화 중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문, 원유 수입 대금의 위안화 결제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보가 관심거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자 러시아는 중국이 2015년부터 운영해온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라는 별도의 위안화 결제·청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달러패권에 맞서는 모양새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탈세계화 흐름이 반가울 듯하다.
탈냉전에 뒤이은 세계화로 우방을 잃고 고난의 시간을 보낸 만큼 다시 버팀목이 되어줄 우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런 상황은 국제무대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한미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로 아무런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과거 대북결의나 의장성명이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될 때와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여기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주석직 3연임을 서신으로 축하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답전에서 "지금 국제 및 지역정세는 심각하고 복잡하게 변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중조(북중)관계의 발전방향을 공동으로 인도함으로써 쌍방 사이의 친선협조가 끊임없이 보다 높은 단계로 올라서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중교역은 올해 1∼3월 4억8천585만달러(약 6천406억원)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고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의 95% 수준까지 회복했다.
여기에다 탈세계화가 가속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이 확장하면 북한은 이 흐름에 편승해 탈냉전과 세계화 이후 형성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나 중동과 유럽 국가들은 세계질서의 변화 속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싸움이 분주하다.
이념의 부활, 그리고 이념과 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블록의 형성. 과연 이런 탈세계화가 그동안 고립무원의 북한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
1990년대 이후 만들어진 세계화 체제가 위협받으면서 북한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도미노로 냉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전세계는 이념을 뛰어넘어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역사가 끝났다"고까지 했다.
자유주의로 세계가 하나가 되면서 더 이상의 세계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실제로 국제사회는 이념의 장벽을 걷어내고 하나가 되었고 산업적 분업구조는 일국 차원을 뛰어넘어 국제적 질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93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국가 간 차별금지를 세계화 시대의 핵심 명제로 내걸었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국제질서의 근간이 된 세계화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내세워 세계화 시대 최대 수혜를 입으며 G2로 성장한 중국을 겨냥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사실 탈냉전과 세계화의 흐름에는 경제적으로 발전을 하면 정치적으로 민주화할 것이라는 미국 등 서방사회의 이른바 '단계적 발전론'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지만, 공산당 일당독재가 유지되고 있고 시진핑 시대 들어서는 일인지배 양상이 더해지며 정치적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다.
여기에다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는 국내적으로 중산층 부활을 내걸고 대외적으로 중국 경제에 차단벽을 쌓고, 앞선 기술력 등을 내세워 미국에 투자하지 않으면 시장도 내어줄 수 없다는 사실상의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국제질서의 변화는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실 북한이 겪고 있는 고난의 시작은 탈냉전으로 본격화했다.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를 전환하고 급기야 중국과 구소련까지 개혁개방을 내세우며 한국과 수교를 하면서 북한은 기댈 언덕을 상실했다.
국민총생산액의 1.7배 증가를 목표로 1987년부터 추진한 제3차 7개년 계획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노동당은 1993년 12월 제6기 21차 전원회의를 열어 공개적으로 목표 미달을 선언했다.
여기에 홍수와 가뭄, 냉해 등 자연재해가 이어지고 외부 조력이 끊기면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걸어야 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세계화 시대를 살아갈 유일한 출로가 미국과 관계를 푸는 데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런 판단에 따라 때로는 미국을 향해 핵과 미사일로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때로는 대화라는 유화책을 내놓기도 했다.
어렵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역사적인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결국 빈손이었고 북한의 선택은 '자력갱생'과 '핵·미사일 개발'에 기대는 고립정책이었다.
그런데 북한을 고립으로 내몰았던 탈냉전과 세계화 흐름이 민주주의와 공급망 전략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무장하고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미·중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을 다층적이고 다방면으로 강화하고 있다.
남중국해나 대만문제, 공급망 문제 등 정치·군사·경제·외교적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G2로 평가될 만큼 거대해진 중국은 일대일로, 상하이협력기구(SCO) 뿐 아니라 중동,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며 힘을 키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관계정상화 중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문, 원유 수입 대금의 위안화 결제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보가 관심거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자 러시아는 중국이 2015년부터 운영해온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라는 별도의 위안화 결제·청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달러패권에 맞서는 모양새다.
북한으로서는 이런 탈세계화 흐름이 반가울 듯하다.
탈냉전에 뒤이은 세계화로 우방을 잃고 고난의 시간을 보낸 만큼 다시 버팀목이 되어줄 우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런 상황은 국제무대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한미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려고 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로 아무런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과거 대북결의나 의장성명이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될 때와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여기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주석직 3연임을 서신으로 축하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답전에서 "지금 국제 및 지역정세는 심각하고 복잡하게 변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중조(북중)관계의 발전방향을 공동으로 인도함으로써 쌍방 사이의 친선협조가 끊임없이 보다 높은 단계로 올라서도록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중교역은 올해 1∼3월 4억8천585만달러(약 6천406억원)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고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동기의 95% 수준까지 회복했다.
여기에다 탈세계화가 가속하면서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이 확장하면 북한은 이 흐름에 편승해 탈냉전과 세계화 이후 형성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나 중동과 유럽 국가들은 세계질서의 변화 속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싸움이 분주하다.
이념의 부활, 그리고 이념과 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블록의 형성. 과연 이런 탈세계화가 그동안 고립무원의 북한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