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주우러 왔는데"…美 6살 아이에 총 쏜 이웃집
미국에서 사적 공간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총을 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개스턴에서 6세 소녀가 이웃집에서 총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와 함께 갖고 놀던 농구공이 이웃집 마당으로 흘러 들어간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피해자 킨즐리 화이트가 공을 가지러 마당에 들어가자 집주인 로버트 루이스 싱글테리(24)가 총을 가지고 나와 쐈다.

사격은 무차별적으로 이뤄져 현장에 있던 소녀와 부모가 모두 총에 맞았다. 화이트는 불행 중 다행으로 얼굴에 찰과상을 입는 것으로 그쳤다. 하지만 아버지는 등에 총을 맞아 폐와 간이 손상됐고, 어머니도 팔꿈치를 다쳤다.

싱클테리는 다른 한 명에게도 총을 쏘았지만 총알이 빗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총격 뒤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플로리다주에서 붙잡혀 살인미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타인을 무작정 경계하는 까닭에 이뤄지는 이 같은 묻지마식 총격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이날 총격을 비롯해 언론보도로 널리 알려진 비슷한 사건이 최근 일주일만 따져도 최소 4건이다.

사적 공간에 접근하는 이들을 겨냥한 총격을 부추기는 제도적 원인으로는 미국 특유의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원칙이 지목된다.

위협에 피할 수 없으면 물러나지 말고 맞서라는 의미를 지닌 이 개념은 정당방어 법률로 구체화해 여러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죽거나 다칠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위협에 직면한 이들이 치명적 물리력을 선제적으로 쓰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다.

이런 법령은 플로리다주가 2005년 도입한 뒤 다른 주로 급속히 확산해 지금은 최소 28개주가 운용하고 있다.

미국 의학저널(JAMA)에 2022년 게재된 한 논문에 따르면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률은 미국 전역에서 살인사건이 8% 증가하고, 그 중에서도 총기살인은 11% 늘어난 것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 산하 총기폭력해결센터의 대니얼 웹스턴 연구원은 총기업계가 총을 약탈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방안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방위 관련 법규뿐만 아니라 총기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갖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소지허가(CWP)도 성급한 총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에서 총기 소지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이던 2021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룻거대 뉴저지총기폭력연구센터의 마이클 어네스티스 박사는 대중이 전염병 창궐기에 공포를 느끼면서 총기 소지자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당시 위협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게 됐다"며 "그들은 무슨 수단을 쓰든 간에 그런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간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