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투자사기범 징역 10년…사기피해로 자녀살해 징역 12년
'경제적 살인' 비유되는 사기죄 처벌 강화 필요성 지적
사기 피해가 부른 자녀 살해 참극…누구 죄를 더 엄벌할까
지난해 자녀의 학교 교사, 학부모 등을 상대로 150억대 투자사기를 벌인 50대 남성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중에는 경제난을 비관해 두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학부모도 있었는데 최근 1·2심 모두 징역 12년을 언도받았다.

인간의 생명을 침해한 범죄는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복구할 수 없기에 엄벌해야 하지만, 개인과 가정을 파괴해 '경제적 살인'으로 비유되고 실제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사기 역시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을 유능한 투자전문가라고 소개한 박모(52)씨는 부동산 경매, 기업 어음 및 무기명 채권거래 등 투자 정보를 잘 알아 큰돈을 벌었다고 주변 사람들을 속였다.

그는 10대인 딸의 학교 담임 교사, 학부모, 같은 아파트 주민, 봉사 모임 회원 등에게 매월 3% 안팎, 많게는 8%의 높은 이자를 약속하며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달라고 회유했다.

이들은 자녀는 물론 사는 집까지 아는 사이인 그를 신뢰하고 돈을 건넸고 박씨는 이자를 제때 지급한 뒤 이후 더 많은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10명이 150억원의 피해를 봤고 친인척 돈까지 끌어다가 빌려준 피해자도 있었다.

피해자 중 한명인 A(50)씨도 2015년 5월 딸이 다니던 학교 학부모로 알게 된 박씨에게 7년 동안 4억800만원을 사기당했다.

장기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지난해 3월 9일 두 딸과 함께 집을 나선 뒤 딸들을 숨지게 하고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사기 피해자에서 살인 피고가 됐다.

사기 피해가 부른 자녀 살해 참극…누구 죄를 더 엄벌할까
A씨의 범죄에 대해 1심은 정상적인 판단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 벌인 '참작 동기 살인'으로 봤지만, '계획범죄'임 등을 고려해 참작 동기 살인의 대법원 양형 권고(징역 5~9년)보다 높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은 형량을 판단했지만 A씨 범행을 '보통 동기 살인'으로 보고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것보다 자녀들을 살해하는 것이 낫겠다는 범행 동기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통 동기 살인의 양형 최하한은 징역 10년이다.

엄마의 자녀 살해라는 참극을 부른 박씨의 투자 사기에 대한 1심 선고는 지난해 10월 있었다.

박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총피해액이 50억∼300억원인 사기 범죄의 양형 기준상 기본 영역은 징역 5년∼8년이나, 박씨의 경우 피해자가 다수인 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점이 가중처벌 요소로 적용됐다.

첫 번째 가중 요소 적용 시 징역 6년∼9년, 두 번째 가중 요소 적용 시 최대 징역 13년 6개월로 권고형 범위가 늘어난다.

하지만 박씨는 피해액 150억원 중 100억여원을 이자 명목으로 돌려준 점 등이 참작돼 징역 10년 형을 받았고 다음 달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철수 광주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21일 "사기는 피해자나 가족의 생계를 위협해 가정을 파탄 나게 하는 측면이 있고 범죄로 인한 고통이 다른 죄에 비해 절대 가볍지 않아 처벌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