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사실 모르고 낙찰받은 40대…법원은 "경매 취소 불가" 답변
전세사기 주택 매입 철회 가로막혀…'선한 낙찰자' 전전긍긍
법원 경매에서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를 낙찰받은 뒤 매입 철회 의사를 밝힌 이른바 '선한 낙찰자'가 나왔으나 법원이 불허하자 정치권과 피해자들이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 등에 따르면 A(45)씨는 지난 3일 인천지법 경매에서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에 연루된 미추홀구 숭의동 아파트를 1억3천여만원에 낙찰받았다.

A씨는 이후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법원에 매수보증금 2천300만원까지 납부했으나 현장 방문을 거쳐 해당 아파트 세입자 B(38)씨가 전세 사기 피해자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어 그는 "피해 아파트인지 모르고 경매에 참여했다"며 B씨에게 낙찰을 취소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A씨는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으로 경매 관련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주변에서 돈을 빌려 입찰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를 대신한 B씨의 낙찰 취소 문의에 인천지법 경매계 직원은 "현재 규정으로는 매각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매수보증금 반환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직원은 다만 "사회적으로 지침이나 규정이 정비돼 매각 취소 사유에 해당하면 보증금을 돌려주고 경매 절차를 다시 처음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전세 만기를 앞두고 있어 경매에 참여했다"며 "다음 달까지 아파트 대금을 완납해야 하는 상황인데 세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낙찰을 취소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B씨는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도 공무원인 법원 직원은 매뉴얼대로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사법당국은 보금자리에서 내쫓길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허 의원도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선한 낙찰자가 나왔으나 법원은 '절차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답을 한다"며 "법원이 낙찰자와 즉각 협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