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원 의혹 종파 성직자들, 수도원 퇴거 명령에 불복해 저항
"친러 우크라 정교회 종파 농성 키이우 수도원서 폭발물 소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와중에 친러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종파와 현지 정부 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20일(현지시간) 친러 성향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ian Orthodox Church: UOC) 소속 일부 성직자와 수도사들이 수도 키이우의 페체르스크 수도원(동굴 수도원)에서 철거하라는 정부 지시를 거부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수도원 안에서 폭발물 소동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도원 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익명의 신고가 접수돼 보안요원들과 경찰, 소방관들이 긴급 출동해 수색 작업을 벌이는 소란이 벌어졌다.

보안요원들은 그러나 수도원 내에서 폭발물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요원들은 수도원을 봉쇄하고 정교회 신자들의 내부 진입을 막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UOC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 갈등은 지난달 정부가 UOC의 페체르스크 수도원 사용 계약을 파기하면서 불거졌다.

11세기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페체르스크 수도원은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주요 근거지로, 수도원의 상당 부분을 UOC가 사용해 왔다.

하지만 올렉산드르 트카첸코 우크라이나 문화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UOC가 수도원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온 임대 계약의 종료를 발표하면서, 지난달 29일까지 UOC 소속 성직자와 수도사, 신학자 약 500명에게 수도원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우크라이나전 와중에 러시아 지원 의혹을 받아오던 UOC에 주요 근거지에서 철수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페체르스크 수도원의 소유권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있다.

UOC는 지난해 5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전쟁은 '살인하지 말라'는 신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모스크바 총대주교구에서 완전히 독립한다고 선언했지만 친러시아 의혹을 벗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UOC가 계속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러시아 보안기관의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은 지난해 말 페체르스크 수도원을 비롯한 UOC의 몇몇 교회들을 수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UOC 소속 성직자와 수도사 등 수십명은 정부의 퇴거 명령에도 수도원을 떠나지 않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문화부는 이 성직자들을 상대로 국가 자산 이용 방해 혐의로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했다.

트카첸코 문화부 장관은 지난 19일 다음 주로 예정된 법원 판결 뒤 사법 집행관들이 UOC 성직자와 수도사들의 퇴거를 강제집행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내 정교회는 지난 2019년 이후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UOC와 키이우 총대주교구 산하의 우크라이나 정교회(Orthodox Church of Ukraine: OCU)로 나뉘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탈러시아·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종교적으로도 러시아에서 독립하려 한 OCU 등의 친우크라이나 성향 정교회들이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관할에서 벗어나면서 서로 반목하는 2개 정교회가 생겨난 것이다.

"친러 우크라 정교회 종파 농성 키이우 수도원서 폭발물 소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