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물 '퀸메이커'는 이 공식을 깨고 주요 배역을 모두 여성으로 내세웠다. 성별만 바꿨을 뿐인데 참신하게 다가온다. 이야기 자체는 일반 정치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정치판을 뒤흔드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해외에서도 '새롭게 하기' 전략이 통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10∼16일 ‘퀸메이커’의 시청 시간은 1587만시간으로 비영어권 TV 부문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를 이끄는 주역은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다. 김희애는 은성그룹의 해결사 역할을 하던 전략기획실장 황도희 역을 맡았다. 도희는 어느 날 그룹 오너 손영심(서이숙 분) 회장의 사위인 백재민(류수영 분)의 성폭력으로 여성 비서가 세상을 떠나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정의의 코뿔소'로 불리는 여성 노동인권 변호사 오경숙을 만나 서울 시장에 출마시킨다. 오경숙 역은 문소리가 연기한다.

하지만 정치물 자체로서의 차별화된 매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서울 시장 자리를 둘러싼 오경숙과 백재민 두 후보의 경합, 이들의 뒤에서 퀸메이커 역할을 자처한 황도희와 킹메이커가 된 칼 윤(이경영 분)의 대립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지나친 선악 대결 구도가 단조롭게 느껴진다.
정치물인만큼 명확한 정책적인 메시지가 담겼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네거티브전만이 계속될 뿐, 현실 정치판에 던지는 뼈아프고 통찰력 있는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시즌 2를 예고하는 듯한 결말이 나온만큼, 다음 시즌에선 더욱 풍성한 서사 구조와 메시지를 기대해 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