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가<전세가' 계약한 지난해 '빌라의 신' 사기 사건 주목
"의도 갖고 매입·임대" vs "편법적 투기로 봐야"…업계 의견 엇갈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40대 부부가 오피스텔 소유권을 임차인에게 넘기려고 한다는 내용의 피해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임대인인 이들 부부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동탄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사건 임대인인 A씨 부부가 보유한 동탄 등지의 오피스텔은 모두 253채에 달한다.

동탄 '전세금 피해' 오피스텔 임대인 부부 처벌할 수 있을까
A씨 부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원 안팎의 동탄지역 오피스텔을 차례로 매입했다.

이들이 거래한 오피스텔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일부 살펴본 결과 매매가보다 1천만~1천500만원 정도 높은 가격에 임대하는 '갭투자' 방식으로 보유 주택 수를 늘려 나갔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A씨 부부는 취득세 등을 치르고 공인중개사에게 수수료를 제공하고도 1채당 200만~300만원의 이익을 봤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250채가 넘는 오피스텔을 소유한 A씨 부부는 그러나 보유세 등 자신들에게 부과된 세금을 내지 못할 처지에 몰리자 임차인들에게 "오피스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달라"는 문자 연락을 하면서 오피스텔 소유권을 넘기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들은 임대차 계약 당시보다 집값이 하락한 상황에서 오피스텔 소유권을 넘겨받을 경우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며 잇달아 경찰에 피해 신고를 했다.

이번 사건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돈을 돌려주지 못해 임대인들이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빌라의 신' 사건과 닮은 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임대인 B씨 등 3명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 외곽 지역 빌라나 신축 오피스텔에 대해 매매가를 웃도는 금액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임차인이 지불한 전세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3천400여채의 주택 소유권을 취득했다.

계약 과정에서는 매매가 보다 10%가량 높은 전세가를 불러 1건당 2천만∼3천만원 상당을 더 받은 뒤 이 돈으로 취득세 등을 내고 공인중개사에게 높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B씨 등은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했고, 결국 피해 신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이 2년 넘게 반복해서 범행한 점을 고려할 때 갭투자 초기부터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해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A씨 부부의 경우 오피스텔 매입 및 임대차 과정이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B씨 등과 마찬가지로 많은 자금 없이 갭투자를 계속했거나, 실제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가로 임대차 계약한 뒤 차액으로 각종 비용을 낸 것은 물론 차익을 남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A씨 부부가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오피스텔 매입 및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부동산 시장의 상승을 기대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가 실패를 한 것인지는 향후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동탄 '전세금 피해' 오피스텔 임대인 부부 처벌할 수 있을까
동탄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A씨 부부가 오피스텔 갭투자를 하던 시기,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등을 계속 강화해나갔다"며 "다주택자가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지고 있었고, 만에 하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도 양도세 등 다른 세금도 상당할 것이 예상되는데, 그 누가 이런 투자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A씨 부부가 편법적 투기를 하다가 벼랑 끝에 몰린 것일 뿐, 형사 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근 지역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동탄 지역은 오피스텔 실수요가 많아 투자 관련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고, 보유 주택 수의 차이가 있을 뿐 무자본 갭투자로 오피스텔을 매입한 사람은 부지기수"라며 "차명으로 거래한 것도 아니고 집값 하락이 아니었다면 피해 발생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총 58건의 관련 피해 신고를 접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해줄 말이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