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꾼' 접근에 두 번 우는 전세사기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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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매로 집이 넘어가면 집을 비워줘야하는 한편 기존에 받은 전세대출까지 갚아야 하는 막막한 처지에 놓인다.
그런데 이런 피해자들에게 주택을 낙찰받은 이른바 '경매꾼'들이 접근해 '정부 저리 대출을 받아 자신과 전세계약을 맺자'고 해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잇따라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에겐 공통점이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전세금을 전부, 또는 절반 이상 떼일 위기에 놓여 있었다.
지난 2월 사망한 30대 남성 A씨는 거주 주택(전세보증금 7천만원)에 설정된 근저당권 때문에 보증금을 건지기는커녕 최우선변제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달 14일 숨진 20대 남성 B씨는 3천400만원을 최우선 변제받을 수 있었으나, 시세 2억원짜리 집에 근저당 1억8천만원이 잡혀있어 추가 변제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B씨의 전세보증금은 9천만원이었다.
잇따라 숨진 30대 여성 C씨 역시 보증금 9천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었는데, 요건에서 벗어나 있어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없었다.
당초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연 1∼2% 금리로 저리 전세대출을 해준다는 지원책을 내놓았으나, 기존 대출을 갚기 어려운 피해자들에게 새 대출은 언감생심이었다.
정부는 이에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은행에 채무를 먼저 갚아준 뒤 피해자들이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추가 대책을 지난달 29일 발표했고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전셋집에 계속해서 거주할 피해자를 대상으로는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을 출시한다. 역시 다음 달 시행 예정이라 피해자들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왕', '빌라왕'에 당한 피해자들을 노리는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매꾼'들이 경매에 나온 주택을 낙찰받은 뒤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저리 전세대출을 받아 자신과 전세계약을 하자고 유인하는 사례다.
집을 비울 때 해야 하는 대출 상환이 막막한 피해자들의 약점을 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대출 등 금융지원을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5대 은행이 참여해 피해자 구제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에 돈을 많이 벌었으니 사회적으로 기여를 하라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 아니냐"며 "5대 은행이 참여하는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 대한 무이자 대출과 주거 급여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상황은 재난에 가깝다"며 "자연재해를 당한 이들에게 지원하는 것처럼 극한 상황에 몰린 피해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 지원보다 더 강력한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가 기업 구제에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선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느냐"며 "집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사람들에게 은행의 선의에 기댄 정책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은행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니 피해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며 "일단 경매를 중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자금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공공이 매입해달라는 임차인들의 요구가 담긴 특별법이 발의돼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필요한 경우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수해 임차인 피해를 구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해주고 그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후 주택을 팔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우선 매각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공공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경매 등 보증금 회수 절차를 대신하고, 임차인에게 적정 수준의 보증금을 보전해주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보증금 반환 채권가격을 최소한 임대보증금의 절반 이상으로 산정하도록 해 보증금 절반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매입 주택 일부는 매각하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다만 정부가 피해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국가 예산으로 사기 피해 금액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국회의 특별법 논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 법안들은 아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그런데 이런 피해자들에게 주택을 낙찰받은 이른바 '경매꾼'들이 접근해 '정부 저리 대출을 받아 자신과 전세계약을 맺자'고 해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잇따라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에겐 공통점이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고,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전세금을 전부, 또는 절반 이상 떼일 위기에 놓여 있었다.
지난 2월 사망한 30대 남성 A씨는 거주 주택(전세보증금 7천만원)에 설정된 근저당권 때문에 보증금을 건지기는커녕 최우선변제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달 14일 숨진 20대 남성 B씨는 3천400만원을 최우선 변제받을 수 있었으나, 시세 2억원짜리 집에 근저당 1억8천만원이 잡혀있어 추가 변제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B씨의 전세보증금은 9천만원이었다.
잇따라 숨진 30대 여성 C씨 역시 보증금 9천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었는데, 요건에서 벗어나 있어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없었다.
당초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연 1∼2% 금리로 저리 전세대출을 해준다는 지원책을 내놓았으나, 기존 대출을 갚기 어려운 피해자들에게 새 대출은 언감생심이었다.
정부는 이에 전세대출 보증기관이 은행에 채무를 먼저 갚아준 뒤 피해자들이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추가 대책을 지난달 29일 발표했고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전셋집에 계속해서 거주할 피해자를 대상으로는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을 출시한다. 역시 다음 달 시행 예정이라 피해자들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왕', '빌라왕'에 당한 피해자들을 노리는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매꾼'들이 경매에 나온 주택을 낙찰받은 뒤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저리 전세대출을 받아 자신과 전세계약을 하자고 유인하는 사례다.
집을 비울 때 해야 하는 대출 상환이 막막한 피해자들의 약점을 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대출 등 금융지원을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5대 은행이 참여해 피해자 구제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은행들이 금리 인상기에 돈을 많이 벌었으니 사회적으로 기여를 하라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 아니냐"며 "5대 은행이 참여하는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에 대한 무이자 대출과 주거 급여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상황은 재난에 가깝다"며 "자연재해를 당한 이들에게 지원하는 것처럼 극한 상황에 몰린 피해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 지원보다 더 강력한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가 기업 구제에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왜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선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느냐"며 "집 잃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사람들에게 은행의 선의에 기댄 정책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은행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니 피해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며 "일단 경매를 중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자금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공공이 매입해달라는 임차인들의 요구가 담긴 특별법이 발의돼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피해 주택을 매입하고, 필요한 경우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 임차인의 보증금 회수 및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캠코 등 채권매입기관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수해 임차인 피해를 구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해주고 그 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후 주택을 팔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우선 매각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공공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해 경매 등 보증금 회수 절차를 대신하고, 임차인에게 적정 수준의 보증금을 보전해주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보증금 반환 채권가격을 최소한 임대보증금의 절반 이상으로 산정하도록 해 보증금 절반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매입 주택 일부는 매각하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다만 정부가 피해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국가 예산으로 사기 피해 금액을 지원해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국회의 특별법 논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이 법안들은 아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