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기자 2명, 中군사훈련 취재하다 中당국에 억류

대만 기자 2명이 중국군의 군사훈련을 취재하다가 중국 당국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둥썬(東森·EBC) 뉴스 채널의 황모 기자와 리모 기자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중국 푸젠성 핑탄 지역에서 진행된 중국군의 군사훈련 장면을 촬영하다가 중국 국가안보 부서에 의해 억류 및 거주지 제한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핑탄은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져 있는 곳이다
둥썬 측은 이들의 석방을 위해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와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가운데 회사 자체적으로 중국 측과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언론은 국가안보 관계자를 인용, 대만 국가안보 부서가 해당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해당 기자들이 중국 당국에 의해 샤먼 지역에 억류돼 귀국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둥썬 뉴스 채널은 전날 억류된 소속 기자 2명의 상황이 안전하다면서 회사 취재 책임자와 매일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현재 샤먼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면서 대만에 돌아올 계획이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일 이들 기자가 둥썬 뉴스 채널의 스튜디오 앵커와 생방송 연결에서 중국군의 핑탄 지역 연합훈련을 촬영한 영상을 보도하던 중 중국군이 이들의 신분증 확인을 요구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군이 리포팅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면서 "간첩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하면 된다"고 밝히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이후 이들 기자는 중국에 억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언론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중국군의 군사 훈련 화면을 무단 촬영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면서 과거 리멍쥐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앞서 대만 남부 핑둥현 주민 리멍쥐는 2019년 8월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지던 때 홍콩과 마주한 중국 선전에 집결한 중국 무장경찰과 장비의 사진을 자신의 동생 등에게 보낸 후 실종됐다.

그는 국가안보 위반 혐의로 구금돼 조사받은 후 1년 10개월의 형기를 마쳤으나 지금까지 대만에 돌아오지 못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