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남 마약음료는 국내 첫 '마약+피싱' 범죄"
경찰은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벌어진 마약음료 사건에 대해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활동 중인 우리나라 국적의 20대 남성이 장기간 계획적으로 준비한 범행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피의자들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동시에 추가 공범이 있는지도 파악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중국에 머물고 있는 대한민국 국적의 이 모씨(25)가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사건을 계획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출국한 이 씨는 조직 내 중간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보이스피싱에 마약 음료를 이용하기로 한 뒤 중학교 동창 길 모씨(25)에게 마약음료 제조를 맡겼다. 길 씨는 강원 원주서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음료를 만들어 고속버스와 퀵서비스를 이용해 서울로 보냈다.

중국 국적의 박모씨(39)는 마약 음료를 담을 빈 병과 상자, 판촉물을 국내로 보냈다. 현장에서 마약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20대 김모 씨 역시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거책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과정엔 국내서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전문업자 김 모씨(39)도 합류했다. 김 씨는 이들 일당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피해자 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할 때 발신번호를 임의로 바꿨다.

경찰은 이씨와 박씨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이번 범행의 '윗선'인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은 국내에 체류중인 피의자 일곱명 가운데 세 명을 구속하고 두 명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피의자들 세명에 대해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이들 일당은 마약을 퍼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을 늘리려는 의도로 범행을 벌였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범행조직의 윗선이 처음부터 학생들로 하여금 마약을 마시게 한 뒤 부모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려 기획한 범죄”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길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하는 등 지금까지 피의자 세명을 구속하고 두명을 긴급체포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들의 휴대폰과 중계기 등에 대해 포렌식 수사를 진행하는 등 추가 공범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