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곯던 무명 아티스트, TV로 미술계 흔들다 [이 아침의 예술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는 말로는 백남준(1932∼2006)이 한국 미술에 남긴 족적을 모두 담을 수 없다. 그는 최초의 인공위성 TV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빚은 탁월한 기획자이자 마케터였고, 빼어난 저술가이자 음악 연출가이기도 했다. 백남준은 자신의 이런 능력과 영향력을 총동원해 한국 미술계의 세계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995년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을 만든 것도, 같은 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해 ‘세계 5대 비엔날레’로 키워낸 것도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런 백남준도 시작은 무명의 예술가였다. 1963년 독일에서 연 최초의 비디오아트 전시를 현지 언론은 “김빠지는 결과”라고 혹평했다. 이후 그는 ‘B급 예술을 하는 괴짜’로 평가받았다. 생활고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을 해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1974년 전 재산을 털어 산 부처상을 TV와 나란히 전시한 작품 ‘TV 부처’가 미술계를 뒤흔들면서 일약 스타로 도약했다.

올초 미국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사진)은 백남준의 인생 전체를 회고한 최초의 영화다. 올해 제3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미국 다큐 경쟁부문 11개 후보에 오르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울산시립미술관이 이 영화를 소장품으로 사들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