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간신’ 유자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그는 첩의 자식이었다. 그런데도 세조, 성종 등 여러 임금의 총애를 받았다. 역사는 그를 “음흉하고 교활한” 신하로 기억했다. 책은 조선을 지배한 성리학의 기준에서 벗어나 유자광 개인의 삶을 탐구한다. (푸른역사, 468쪽, 2만5000원)
곰의 시간이다. 침체장을 뜻하는 ‘베어마켓’은 곰의 앞발에 짓눌린 듯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한 상황을 뜻한다. 널뛰는 환율과 급격히 오른 금리, 지정학적 갈등…. 최근 코스피지수가 8개월 만에 간신히 종가 기준 2500선을 회복했지만,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은 여전하다.‘셀 인 메이(sell in may)’를 앞둔 것도 투자자들을 잠 못 들게 한다. ‘5월엔 주식을 털고 떠나라’라는 증시 격언은 통계적으로 5~10월 주식시장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생겨났다. 이처럼 과거는 불확실한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근거다.세계적 금융시장 전략가이자 금융 역사가인 러셀 내피어는 <베어마켓>에서 과거 사례를 통해 침체장 대응 전략을 모색한다. 1921년 8월, 1932년 7월, 1949년 6월, 1982년 8월. 미국 증시 역사 속 네 번의 침체장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 7만 건과 당시 시장의 각종 데이터를 통해 낱낱이 파헤친다. 그는 경제신문 1면을 “정보의 금맥”이라고 표현했다.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다. 투자전략서다. 침체장의 패턴을 알면 바닥, 즉 가장 싼 가격에 주식을 주워 담을 시점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내가 이 책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나는 어떻게 걱정을 멈추고 침체장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까?> 정도가 될 것이다. 침체장이란 주가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는 입장이라면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을 마다할 리 없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도 싼 가격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침체장을 피하면 자산을 보호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의 장기 실질수익률을 고려할 때 침체장에서 싸게 사면 훨씬 더 높은 수익률로 자산을 늘릴 수 있다.”내피어는 ‘바닥을 알리는 신호’로 크게 다섯 가지를 꼽는다. 토빈의 Q비율, 자동차 판매량,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물가 안정, 그리고 채권시장 회복이다.Q비율은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제시한 지표다. 기업의 시장 가치를 기업의 실질 순자산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책에서 분석한 네 번의 반등 시기에는 모두 Q비율이 0.3 이하로 떨어졌다. 자동차 판매량은 많이 알려진 선행지표다. 경기가 침체하면 자동차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도 떨어져 구매비용이 낮아지는데, 이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다.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떠먹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 번의 역대 침체장을 분석하는 과정 틈틈이 투자에 써먹을 만한 전술이 녹아들어 있다. 500쪽 넘는 ‘벽돌책’을 꼼꼼히 읽어야 투자 전략을 얻을 수 있다. 물고기 낚는 법을 스스로 익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렇다고 대단한 인내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일단 읽는 맛이 있다. 네 번의 역대 침체장에 대한 이야기가 한 장씩, 네 장에 걸쳐 이어진다. 각 장은 <위대한 개츠비> 등 20세기 고전 작품을 인용하며 문을 연다.책의 끈질긴 생명력이 ‘과거에서 배운다’는 책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책은 베어마켓 때마다 독자들이 집어드는 ‘침체장 투자 바이블’로 자리 잡았다.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세 차례 개정됐다. 책을 찾는 독자가 꾸준히 이어졌고, 저자도 부지런히 책 내용을 업데이트하며 독자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그해 개정판으로는 드물게 해마다 미국 증시의 패턴을 분석하는 권위 있는 책 <주식투자자연감>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국내에선 2009년 출간됐다가 절판됐다. 이후 중고책 시장에서 정가의 10배가 넘는 30만원 안팎에 거래될 정도로 이 책을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누락된 원고와 새로운 서문을 넣었다. 번역도 다시 다듬었다. 내피어는 새 서문에서 “나는 이 책이 미래에 곰(침체장)이 숲에서 갑자기 나올 때 안전하게 피할 자리를 마련해준 뒤,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돕는 좋은 안내서로 남기를 바란다”고 했다.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추출되는 자원은 석유일 것이라고. 그러나 이는 ‘모래’의 존재를 간과한 얘기다.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채굴되는 모래는 470억~590억t으로 석유 추출량(130억t)의 네 배에 달한다.도대체 모래가 무엇에 사용되기에 이리 많은 양이 들어가는지 궁금하다면 당장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우리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70%가 모래로 이뤄진 콘크리트로 짓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인의 분신과도 같은 스마트폰, PC 등 전자제품부터 안경 물컵 창문 치약 등 인간이 매일 사용하는 소소한 물건까지 모두 모래가 들어 있다. 모래를 ‘현대 문명의 기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세계적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추진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매년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모래의 양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일본에서 환경전문기자를 지낸 이시 히로유키는 <모래 전쟁>을 통해 모래 고갈의 심각성을 역설한다. 그는 “모래와 물처럼 넘치고 넘치는 자원이 거대한 인류 활동 앞에서 고갈되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 그 자체”라고 말한다.비극의 화살은 생태계 파괴를 넘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2004년 스리랑카 국민 3만53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대형 쓰나미가 대표적이다.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부터 파도를 막아줄 맹그로브숲이 모래 채굴로 급격히 축소되면서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것이다. 이에 앞서서는 중국 최대 담수호인 푸양호 주위 습지가 사라지면서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잃었고, 양쯔강 돌고래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 인간들의 모래 자원 쟁탈전이 빚은 결과다.저자는 경고한다. “지구를 수박에 비유한다면 달콤한 과육을 다 먹어 치우고 이제는 껍질의 하얀 부분까지 갉아먹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저지른 일이 인간에게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배우기도 벅찬데 또 다른 세대가 찾아오고 있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예고한 집단이다. 2010~2024년 출생자를 통칭하는 이른바 ‘알파세대’다.신간 <알파의 시대>는 지구촌에 새롭게 명함을 내민 알파세대를 설명하기 위한 책이다. 알파세대는 지금 0~13세다. 그들은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 X세대(1965~1979), M세대(1980~1994)와 Z세대(1995~2009)의 뒤를 잇는다. <알파의 시대>는 알파세대라는 용어를 만든 사회학자 마크 매클린들이 애슐리 펠 등과 함께 썼다.책은 알파세대의 핵심 특징으로 디지털, 글로벌, 이동성, 소셜네트워크와 비주얼을 제시한다. 알파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 네트워크가 구축된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다는 뜻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MZ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이미지와 영상을 소통의 기본 수단으로 사용한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갤럭시의 빅스비나 아이폰의 시리를 비롯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과도 자유롭게 소통한다.알파세대에 대한 이해는 육아 지침서로, 상품과 서비스의 기획 근거로, 부동산 투자 방향으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저자들은 렌털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알파세대의 특징을 감안할 때 주택 구입보다 월세 등을 훨씬 더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