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학살 이어 반군에 화학무기 쓴 전범"
사우디 등 실리 추구…미 "악당 취급당할 이유있다" 견제
'시리아 학살자' 아사드 국제무대 복귀 임박했나
현시대 최악의 전쟁범죄자 가운데 하나라는 비판을 받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국제무대 복귀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걸프협력회의(GCC) 등 아랍 9개국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도시 제대에 모여 회의를 열고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건 중에는 아사드 대통령을 다음 달 19일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초대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의 학살자'라는 오명 하에 국제사회에서 상종 못 할 기피인물로 통했다.

아사드 정권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내전이 발생하자 반정부 시위대를 학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결국 나중에 반군이 돼버린 야권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별도 교도소를 운영하고 성폭행, 전기충격 등 잔학행위를 일삼았다.

재소자 상당수는 고문을 받다 사망했고, 정신을 잃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의 2014년 보고서에는 반군과 관련한 이유로 어린이들이 정부 교도소에서 맞고 손발톱이 뽑히며 성폭행을 당한 정황도 담겼다.

시리아 정부군은 내전이 격화하자 반군 제거를 위해 민간인이 사는 지역에 화학무기를 살포해 국제사회를 경악게 했다.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 반군지역에 2014년 살포된 독가스 때문에 1천400여명이 죽었다는 정황도 있다.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화학무기 공격의 일부를 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인정하고 있다.

아랍 국가들은 이 같은 잔혹행위를 주요 이유로 들어 지난 10여년간 시리아와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정상화를 계기로 태도를 바꿔 아사드 정권을 다시 인정하려고 한다.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지난 12일 사우디를 방문했다.

양국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시리아의 아랍권 복귀를 위한 조치들을 논의했다.

튀니지는 이번 주에 시리아와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튀니지 대사를 임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해빙무드에 아랍 국가와 시리아 사이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사우디가 역내 긴장완화와 경제적 이익 보호를 위해 지난달 이란과의 7년간의 적대 관계를 청산한 게 큰 동력이었다.

'시리아 학살자' 아사드 국제무대 복귀 임박했나
NYT는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세력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를 공격할 때 미국이 아무 지원을 하지 않자 사우디가 미국 보호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란과 직접 교섭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이란과의 관계가 그렇게 회복되는 과정에서 친이란 국가인 시리아와의 갈등완화도 자연스럽게 포함됐다.

그간 사우디가 시리아의 일부 반군단체를 지원하면서 미국과 협력해 자금과 무기를 제공하고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시리아 반군을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는 점을 보면 격변에 가깝다.

시리아 반군의 가장 확실한 지지자였던 튀르키예는 자국 선거철을 맞이해 아사드 정권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튀르키예 국방장관과 정보부장 등 고위 관리들은 최근 수개월에 걸쳐 시리아 정부 관리들과 접촉했다.

다음 달 14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시리아 내전을 피해 튀르키예로 이주해온 시리아인들이 귀국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공약했다.

올해 2월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도 아사드 정권에 정치적 이득을 안겼다.

'시리아 학살자' 아사드 국제무대 복귀 임박했나
지진으로 시리아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자 아랍 국가들은 시리아 정부에 구호물자를 지원했다.

아사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도 시리아 원조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6개월간 시리아에 대한 은행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아랍권이 아사드 정권의 국제사회 복귀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여전히 제재 해제에 반대다.

바버라 리프 미국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브리핑에서 "아사드 정부는 악당으로 취급될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아랍국들이 시리아와 관계 회복에 나서려면 시리아에 마약 '캡타곤' 거래 중단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캡타곤은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으로 꼽혀왔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아랍권이 아사드 정권을 공식 용인하는 데 좌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독일에 사는 시리아 인권변호사 안와르 알 부니는 시리아 정부에 반기를 들어온 사우디 같은 국가들이 시리아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꾼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은 시리아에 민주주의가 들어서는 것을 항상 반대했다"며 "차이가 있다면 어제는 그들이 그런 반대를 에둘러 표현했다면 오늘은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