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중 일부도 '무용론' 제기…난상토론 아닌 '릴레이 자유발언' 한계 지적
김의장 "비례성·대표성 강화, 지역소멸 대응·지역주의 완화 공감대 형성" 평가
김의장, '전원위 소위' 구성 제안…정개특위, 3차례 공론조사 등 후속 조치 착수
'백가쟁명'으로만 끝난 20년 만의 전원위…공은 다시 정개특위로
20년 만에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가 13일 막을 내렸다.

지난 10일부터 나흘 동안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국회의원 100명은 제각기 현 선거제를 진단하는 한편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전원위를 처음 제안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구체적 대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소멸에 대응하며 지역주의를 완화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큰 흐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난상토론이 아닌 릴레이 자유 발언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결과적으로 '백가쟁명'에 그쳤다는 지적이 전원위에 참여한 의원들로부터도 나왔다.

'백가쟁명'으로만 끝난 20년 만의 전원위…공은 다시 정개특위로
◇ 소선거구제 vs 중대선거구제…여야 당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선거구제 개편 및 의원 정수 확대·축소, 비례대표 확대·폐지 등 핵심 사안을 놓고 여야의 입장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났고, 각 당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선수(選數) 등 의원 개개인의 처지에 따라 입장이 갈렸다.

우선 한 지역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현행 소(小)선거구제와 지역구별로 2명 이상의 의원을 뽑는 중대(中大)선거구제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비수도권·농촌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에 승자독식 문제가 심각한 만큼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책임성 측면에서 소선거구제의 장점이 분명하다"(이장섭 의원)며 소선거구제를 옹호하는 의견이 나왔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소선거구제 역사는 한마디로 거대 양당제 싸움판의 역사"라며 개편을 주장하는 등 같은 당내에서도 다른 의견들이 돌출했다.

애초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넘어온 ▲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결의안 중에서 중지를 모으겠다는 전원위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

'백가쟁명'으로만 끝난 20년 만의 전원위…공은 다시 정개특위로
◇ 의원 정수·비례대표 확대 vs 축소…여야 이견에 전원위 무용론까지
여야는 의원 및 비례대표 숫자 문제를 놓고도 현격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의 '최소 30명 감축' 주장에 맞춰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개진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수 축소는 국회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취지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례대표 축소 또는 폐지 의견도 많이 제기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정치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이라며 의원 정수 축소에 대체로 반대했다.

비례대표에 대해서도 오히려 현행 의원 정수 내에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위성정당' 출현을 부른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지만, 대안은 권역별, 개방명부식, 기존 병립형 등 의견 일치 지점이 없이 제각각 쏟아졌다.

이에 "의원들 개인의 의견들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왔을 뿐"(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것 없는 말 잔치로 끝나고 있다"(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라는 등 전원위 무용론이 제기됐다.

'백가쟁명'으로만 끝난 20년 만의 전원위…공은 다시 정개특위로
◇ 공 넘겨받은 정개특위…공론조사 등 후속 조치
전원위가 막을 내리면서 선거제 개편의 공은 다시 정개특위로 넘어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정개특위가 4월 30일 (활동 기한이) 만료된다.

민주당과 협의해서 기간을 연장해 계속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원위에 소위를 구성해 나흘간의 의원들 발언에 등장한 선거제 개편 구상을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구성 여부와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재수 의원은 통화에서 "소위가 구성되면 전원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유형화가 가능하고 그걸 통해서 협상이 가능한 수준으로 합의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개특위는 오는 8일부터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총 3차례의 공론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1차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의 성인남녀 5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다음 달에는 권역별·성별·연령별로 비례 모집한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2차·3차에 걸친 숙의 공론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치학자·법학자 등 선거제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준비 중이다.

한편, 국회의장실이 지난 11~12일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 609명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대부분(96.2%)이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선거제 개편 방향으로는 중대선거구제(60.6%)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