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수면 장애 등 트라우마 위험 노출…취약계층 가정도 포함
[강릉산불] "우리 집이 불탔어요" 피해 학생 심리 치료 지원 시급
13일 강원 강릉시 산불 피해지역 인근 한 초등학교에서는 전날 내렸던 휴업령(학생은 등교하지 않고 교직원은 출근하는 조치)이 풀리면서 해맑은 얼굴의 어린이들이 속속 등교했다.

시꺼멓게 탄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매캐한 냄새가 났지만, 친구들을 만난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다만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이들 사이에서 집을 잃은 아픔에 눈물을 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자녀를 학교에 데려온 이재민 A씨는 교문 앞에서 손을 흔들었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 학교에는 어린이 6명이 산불로 집을 잃고 대피소 등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 중 3명은 이날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산불] "우리 집이 불탔어요" 피해 학생 심리 치료 지원 시급
대형 산불은 많은 이의 마음에 아픔을 주지만,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지우기 힘든 상처를 남기기 쉽다.

불길에 집이 잿더미로 사라지는 것을 본 뒤 충격과 불안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우울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창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임시 대피시설에 머물면서 겪는 심리적 불편을 호소하며 교복이 불타 사복 차림으로 학교에 가야 하는 현실에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산불 이재민 최모(43)씨는 "산불 당시 경황이 없어 두 딸이 소중히 여기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하나도 못 챙기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며 "애들도 힘들 텐데 엄마 아빠 앞에서 티를 잘 안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이 다 타 무너지는 바람에 엄마가 울고 있으니까 오히려 막내가 눈물을 닦아줬다"며 "둘째는 어제부터 짜증을 좀 내기 시작했고 큰 애도 내색은 안 하지만 사방이 불타는 걸 봤으니까 큰 충격 받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학생이 3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에는 조손가정 등 취약계층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산불] "우리 집이 불탔어요" 피해 학생 심리 치료 지원 시급
학교에서는 피해 학생을 위한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지만,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적절한 지원이 늦어지면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도 교육청은 이들을 제때 돕고자 피해 학생 상황을 분석해 실과별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교실 안에서 교사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확인하거나 집단 상담 등으로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학생을 발견하면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심리 상담으로 이어준다.

상담 인력이 부족하면 지역 교육지원청 Wee클래스나 지역 상담 관계기관과 협조할 계획이다.

또 국가트라우마센터, 강원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함께 심리상담과 병원 치료까지 지원하며 아동 관련 비영리단체(NPO)와 연계한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본부 관계자는 "아동들이 재난에 대한 스트레스에 더 심각한 증세를 보일 수 있다"며 "피해 아동 가정에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심리 치유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청, 지자체 등과 함께 힘쓰겠다"고 말했다.

[강릉산불] "우리 집이 불탔어요" 피해 학생 심리 치료 지원 시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