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새로 생겼던데 같이 가볼래?"…AI의 사회생활
게임 속 NPC가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한다. 인간의 개입은 전혀 없다. AI를 탑재한 NPC 25개를 이틀간 상호작용시킨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정보통신(IT) 매체인 윈도우센트럴에 따르면 지난 7일 미 스탠퍼드대 과학자 5명과 구글 연구과학자 1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생성 에이전트:인간 행동의 대화형 시뮬라크라”라는 이름의 논문을 공개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가상의 마을을 맵으로 탑재한 소셜 게임을 만든 뒤 챗GPT 기반 인공지능(AI)을 탑재한 NPC 25개를 생성했다. NPC 각각에는 간단한 역할과 성격에 대한 묘사가 추가됐다.

연구진은 이틀간 NPC 25개가 마을 내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했다. 이 결과 NPC들은 아침 시간에 맞춰 요리를 하거나 출근을 하는 등 실제 사람의 생활 패턴과 흡사한 행동을 보였다. NPC는 각각 역할에 따라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서로 토른을 나누기도 했다. 서로를 소개하며 일상적인 대화도 나눴다. 밤에는 다음날 일정을 계획하고 지나간 하루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

이 NPC들은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NPC가 파티를 계획한 뒤 다른 NPC들에게 파티 초대장을 돌리는 모습이 연구진에 포착된 것. NPC들은 점심 식사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처음에는 마을 내 카페를 식사 장소로 선택했지만 마을 맵에 술집이 있다는 사실이 NPC에게 알려지자 점심 식사 장소가 술집으로 변경되기도 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선 실제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어색한 풍경도 연출됐다. 1인용으로 설계된 기숙사 화장실에 여러 NPC가 함께 들어가 있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가게에 NPC 들어가려는 모습도 연출됐다. 챗GPT 기반 AI가 인간을 완전히 모방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NPC의 행동 패턴을 영상으로 담아 외부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생성AI에 기반한 NPC가 많은 대화형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서 일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면서도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생성AI가 야기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