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12일 오후 3시39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이달 들어서도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시장의 문을 잇달아 두드리고 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 유보 등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채권 발행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적절한 폭의 요금 인상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두 회사의 채권 시장 의존도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채권 입찰을 통해 2년물 2400억원어치를 연 3.91%에, 3년물 1700억원어치를 연 3.95%에 발행했다.

한전은 지난 4일 5300억원어치 한전채를 발행한 데 이어 7일 4000억원어치를 추가로 찍었다. 이날 발행분까지 합치면 이달에만 1조34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월별로는 1월 3조2100억원, 2월 2조7100억원, 3월 2조900억원어치 한전채를 발행했다.

가스공사도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스공사는 13일 2년물 1500억원어치와 5년물 1500억원어치에 대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스공사는 올 들어 99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300억원)과 비교해 세 배 이상 늘어났다.

두 회사의 채권 발행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기·가스를 제공하면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인건비 감축, 자산 추가 매각 등 자구책을 포함한 경영 혁신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지만 요금 인상이 유보된 상황에서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신용등급 AAA급의 한전과 가스공사 채권이 자금 시장의 돈을 빨아들이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가 회사채 수요를 구축하는 등 기업 자금 조달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불안한 재무 상태를 고려하면 적절한 요금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가스공사 채권의 발행금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0.40%포인트대로 벌어진 AAA급 공사채와 한전채 금리 차는 연초 0.094%포인트까지 축소됐다. 하지만 요금 인상 유보 등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다시 0.20%포인트대로 커졌다. 금리 차가 확대됐다는 건 기관투자가가 다른 공사채에 비해 한전채를 위험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