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텐더·전자랜드, 4강까지 진출…TG삼보는 우승 후 매각
코리아텐더·TG삼보·전자랜드 '헝그리 군단' 계보 잇는 캐롯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프로농구에서는 유독 '헝그리 군단'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했다.

1995년 나온 농구 만화 '헝그리 베스트 5'의 영향 때문인 듯도 하지만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농구단 모기업의 '재정난'이 '헝그리 군단'이라는 별명으로 이어졌다.

물론 '헝그리 군단'이라는 별명을 해당 팀에서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모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우려해서인지 거의 예외 없이 이런 별명에 해당 구단은 '배가 고플 정도는 아니다'라고 항변하곤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프로농구 역대 '헝그리 군단'들은 모두 '봄 농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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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프로농구 '헝그리 군단'의 원조 격인 여수 코리아텐더는 2002-2003시즌에 아무도 예상 못 한 4강 진출 성과를 냈다.

당시 코리아텐더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식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고 이전 시즌까지 코치였던 이상윤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맞이했고, 정규리그 개막 이틀 전에는 팀의 간판이던 가드 전형수를 울산 현대모비스에 내주고 김정인과 현금 2억5천만원을 받아 그 돈을 구단 살림에 보태야 했다.

재정난을 겪던 팀의 '기둥뿌리'였던 전형수까지 리그 개막 이틀 전에 사실상의 현금 트레이드로 팔아넘기자, 코리아텐더는 시즌을 완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코리아텐더는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 대표적인 '부자 구단' 서울 삼성을 2-0으로 완파하며 4강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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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원주 TG삼보였다.

TG삼보는 2004-2005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직후인 2005년 5월 모기업 삼보컴퓨터가 재정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선수단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2004-2005시즌 우승 당시에도 모기업의 재정 문제가 조금씩 불거졌으며 결국 2005-2006시즌 개막 직전인 2005년 10월에 동부가 새 주인이 됐다.

전창진 감독이 이끌던 당시 TG삼보는 2002-2003시즌부터 2004-2005시즌까지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등 리그 최강으로 군림하던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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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역시 인천 전자랜드가 그 계보를 이어받았다.

2003-2004시즌부터 인천 SK 농구단을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든 전자랜드는 2012-2013시즌을 앞두고 KBL로부터 지원금 20억원을 받았고, 구단을 운영하는 내내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2-2013시즌 6강에서 역시 삼성을 3연승으로 돌려세우며 '없는 집 자존심'을 세웠다.

코리아텐더·TG삼보·전자랜드 '헝그리 군단' 계보 잇는 캐롯
올해 고양 캐롯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헝그리 베스트 5'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농구단을 운영한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했으나 시즌 개막 전부터 가입비 납부 지연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선수단 급여도 밀렸다.

하지만 새로 지휘봉을 잡은 김승기 감독의 리더십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슈터 전성현, 2년차 가드 이정현의 성장 등이 어우러지며 정규리그 5위에 올랐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4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3승 2패로 따돌리고 4강에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게다가 13일 시작하는 4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김승기 감독과 전성현이 지난 시즌까지 몸담았던 '친정' 안양 KGC인삼공사다.

인삼공사와 김승기 감독의 '이별'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던 터라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캐롯이 정규리그 1위 인삼공사를 상대로 또 한편의 '봄 농구 드라마'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농구 팬들의 관심이 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