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소현리 홍영화(79) 씨의 배 과수원에서는 작업자 6명이 긴 막대기에 꽃가루를 발라 배꽃에 묻히는 인공수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미 이달 초 한차례 수정 작업을 했지만, 배꽃이 냉해를 입은 탓에 조금이라도 수정 확률을 높이고자 1만평 규모의 과수원에 재차 수정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안성에서는 지난달 27일 영하 5도 안팎을 기록한 이상 저온현상으로 배꽃의 꽃잎과 암술이 까맣게 괴사하는 냉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날 강풍에 이어 이날 새벽 서리까지 내리려 일찍 핀 배꽃이 속절없이 땅에 떨어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홍씨는 "퇴직 후 올해로 30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초봄에 꽃이 괴사하는 피해를 본 건 처음"이라며 "작년에 배를 15㎏짜리 상자로 1만 개 수확했는데 올해는 절반도 채 안 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그나마 날씨가 추울 때 미리 배나무에 물을 뿌려 배꽃 표면을 얼린 후 안쪽 암술은 얼지 않게 보호하는 방법으로 냉해에 대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며 "올해는 전체적으로 배 수확량이 줄어 가격이라도 적정하게 형성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홍예선(78) 씨의 배 과수원에서는 노지 난방용 깡통 수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7천평 규모의 과수원 곳곳에 액체 연료를 넣은 깡통 300여개를 배치해 불을 피워 난방하는 것이지만 과수원 자체가 노지이다 보니 냉해를 피하진 못했다.
홍씨는 "배꽃이 냉해를 입으면 나중에 과일 모양이 일그러져 수출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솎아내기 작업을 할 때 대략 피해 규모를 알게 되겠지만 상당수 꽃에서 암술이 까맣게 괴사하는 냉해가 발생한 상태"라고 전했다.
다른 농가에서도 나무 사이사이에 왕겨를 태워 연기로 난방을 하거나 바람을 막는 그물을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으나 안성에서는 지난달 말 이상고온으로 열흘가량 일찍 핀 배꽃이 이어진 영하의 기온에 노출되면서 전체적으로 냉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전날까지 안성시에 접수된 배 과수원 냉해 신고는 전체 농가 570곳(750㏊) 중 281곳(348㏊)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