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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트렌드

동학 개미 결집해 공매도 눌러…수익률 500% 인증샷도
글로벌 IB 태스크포스까지 결성…엘엔에프 롱·에코프로 쇼트(공매도) 전략도
[마켓PRO] 불개미 결집에 공매도 항복…에코프로, 제2의 셀트리온되나
2차전지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를 둘러싼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세 간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올들어 주가가 7배 넘게 오르자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물량이 급증했지만 개인투자자의 강력한 순매수가 이를 찍어 누르는 모양새다.

외국계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들은 에코프로를 저격하기 위한 특별팀(TF)까지 편성해 공매도 물량을 집중하고 있다. 에코프로가 공매도 폭격을 이겨내고 ‘제2의 셀트리온’이 될 수 있을지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미들 “공매도 박살내자”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올들어 746.6% 올랐다. 올해초 10만3000원으로 출발해 76만9000원(11일 기준)까지 7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 5일 50만원대 주가에 진입한 뒤 불과 3거래일만에 70만원대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자회사 에코프로비엠도 올들어 319.8% 올라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최근 급등에 힘입어 에코프로 형제의 시가총액은 웬만한 대기업을 넘어섰다. 11일 종가기준 48조7020억원으로 현대차와 POSCO홀딩스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6위인 삼성SDI(52조7424억원)까지 넘보는 중이다.

에코프로의 상승세를 주도하는 건 개인투자자다. 개인은 올들어 에코프로를 1조166억원, 에코프로비엠 70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선 수익률 500%를 기록했다는 계좌 인증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전기차 생태계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학 개미 순매수 1위에는 언제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올라있다.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다. 여기에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공급하는 에코프로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주로 온라인 종목토론방, 유튜브 채널 등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이날 종목토론방에는 “공매도를 박살 내자”는 등 공매도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마켓PRO] 불개미 결집에 공매도 항복…에코프로, 제2의 셀트리온되나

○에코프로 저격 TF까지

에코프로의 공매도 물량도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초 8200억원 수준이었던 에코프로의 대차잔고 잔액은 1조9833억원까지 늘었다. 대차잔고란 공매도 투자자가 금융투자회사 등에서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주식 규모다. 통상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해석된다.

공매도를 주도하는 곳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내 헤지펀드 업계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같은 배터리 업계에서 에코프로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엘엔에프를 롱(매수)하고 에코프로를 쇼트(공매도)하는 ‘롱쇼트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해외자금을 굴리는 쪽에선 이른바 선수들을 모아서 에코프로 특별팀까지 편성한 곳도 있다”며 “최근 급등세로 극심한 손해를 보고 쇼트커버링 한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에코프로비엠이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의 주요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들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투자의견 ‘비중축소’를 제시했다. 목표가는 현재가의 절반도 안되는 13만원으로 잡았다. 삼성증권 등 국내 증권사도 이례적으로 ‘중립(Hold)’ 리포트를 냈다.

사실상 항복선언을 한 운용사도 나왔다. 롱숏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타이거자산운용의 이재완 대표는 지난 10일 고객들에 보내는 서한에서 “시장은 2차 전지 가운데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몇개의 종목만을 다른 세상으로 보냈다”며 “과도한 쏠림에 대한 대비가 없었고 참으로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에코프로를 과거 셀트리온과 신라젠에 비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명예회장까지 나서 전쟁을 선포하는 등 오랫동안 공매도에 시달렸지만 결국 주도주로 자리잡으며 시장에 안착했다. 반면 신라젠은 항암제 3상 실패와 경영진의 배임·횡령 사건까지 터지며 개인투자자들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바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