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킨트 신경전…미중 기술패권경쟁 한 단면?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도·감청한 사실이 뉴욕타임스(NYT) 등의 폭로로 드러나면서 외교적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도청이 이른바 '시긴트(SIGINT.신호포착)'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긴트'와 '휴민트' 그리고 '테킨트'…첩보수집 방식들
시긴트는 '시그널'(signal)과 '정보'(intelligence)를 결합한 용어로 위성이나 특수장비를 활용해 통신이나 통화 내용을 감청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스파이와 같은 정보요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직접 정보원을 접촉해 정보를 수집하는 휴민트(HUMINT.human+intelligence)와 구별되는 방식이다.

시긴트는 레이더 능력과 성을 파악하는 전자정보수집(ELINT:electronic intelligence)와 통신의 내용을 파악하는 통신정보 수집(COMINT:communication intelligence)로 분류된다.

10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정보나 첩보수집 방식은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의' 또는 '기술의'를 뜻하는 'Technical'과 '정보'를 의미하는 'Intelligence'가 결합한 '테킨트(TECHINT)'가 자주 사용된다.

영상정보나 신호정보, 흔적정보, 계측 정보 등의 방법이 망라된다.

특히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테킨트 신경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6월7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첨단기술을 이용한 사이버 해킹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이때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군부 등에 의해 미국의 주요 정보망이 대규모로 사이버 해킹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시 주석은 "중국도 피해자"라고 맞섰다.

이후 미 국가안보국(NSA)이 운용하는 전 세계 첩보 감시망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홍콩매체와의 인터뷰에서 "NSA가 2009년 이후 홍콩과 중국의 표적 수백 건에 대해 해킹을 해왔다"고 폭로하면서 미중간 신경전은 더욱 가열됐다.

이 즈음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NSA에 해킹업무를 담당하는 특수작전실(TAO)이 존재한다는 폭로를 했다.

FP에 따르면 메릴랜드주에 본부를 둔 NSA 본부 건물의 외진 곳에 위치한 TAO에는 1천여명 정도의 컴퓨터 해커와 하드·소프트웨어 디자이너 등이 근무하면서 중국의 컴퓨터와 통신시스템에 15년에 걸쳐 침입해 핵심정보를 빼냈다고 한다.

'시긴트'와 '휴민트' 그리고 '테킨트'…첩보수집 방식들
이후 미국과 중국은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한동안 양국간 갈등을 관리하는 듯 했으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중국을 향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과거 냉전시절과 같은 패권갈등을 노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며 국제절서의 재편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