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형광빛”…평범한 스케이트장이 ‘예술’이 된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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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의 걷다가 예술
구정아 '내가모(NEGAMO)'
의왕 '타임빌라스' 입구에 있는
80평짜리 초대형 스케이트파크
일상을 낯설게 하는 '예술의 힘'
프랑스 외딴 섬 경제도 살려
구정아 '내가모(NEGAMO)'
의왕 '타임빌라스' 입구에 있는
80평짜리 초대형 스케이트파크
일상을 낯설게 하는 '예술의 힘'
프랑스 외딴 섬 경제도 살려
2021년 경기 의왕 백운호수 근처에 문을 연 '타임빌라스'는 롯데백화점이 수년간 공들인 프리미엄 아울렛이다. 기존 아울렛과는 완전히 다른 '체험형 쇼핑공간'을 만들겠다는 롯데백화점의 야심이 담겼다. 착공 전 설계만 여러 차례 갈아엎었을 정도다.
아울렛 입구에 있는 연두색 스케이트파크는 그 상징이다. 쇼핑센터와 다양한 체험공간을 한 곳에 구현하겠다는 롯데백화점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면적 260㎡(80평)짜리 초대형 스케이트파크는 서로 다른 크기와 깊이의 6개 원으로 이뤄져있다. 누구나 와서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다. 최근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초보 보더'들도 자주 찾는 '보드 성지'가 됐다.
그런데 이 스케이트파크가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아는지. 바로 구정아 작가(56)의 설치작품 '내가모(NEGAMO)'다. 구정아는 해외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세계적 작가다. 유럽 최대 현대미술관인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다. 한국인이 퐁피두에서 전시를 연 건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 이후 처음이다. 최근엔 '미술계 올림픽'으로 꼽히는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국가대표' 격인 한국관 대표 작가로 뽑혔다.
하지만 구정아의 작품 앞에 서면 궁금증이 생긴다. 형광 연두색 페인트로 칠한 스케이트파크가 뭐 그리 특별하길래 '예술'이란 건지. 단지 유명한 작가가 만들었다고 해서 예술작품이라고 하는 건지.
그 답을 찾으려면 구정아의 이전 작품을 알아야 한다. 구정아의 작품엔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보게 하는 힘'이 있다. 2009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선 사람들이 누워있는 잔디밭에 지름 1㎝의 반짝거리는 큐빅을 흩뿌려놨고, 2010년 미국 뉴욕 댄 플라빈 아트 인스티튜트에선 전시장을 형광 분홍빛으로 꽉 채웠다. 그냥 지나치고 말 법한 공간을 그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덧칠하는 것이다. '내가모'도 마찬가지다. 밤이 되면 따로 전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어둠 속에서 환한 연두빛을 낸다. 밝을 때 빛을 빨아들이고, 어두울 땐 빛을 내뱉는 '인광(燐光) 페인트'를 썼다. 낮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에 눈길이 가게 만들고, '이게 여기에 있었어?'라는 생각이 한 번이라도 들게 하는 게 작가의 의도다.
구정아의 스케이트파크는 '예술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구정아의 '스케이트파크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012년 프랑스 바시비에르 섬이었다. 당시 구정아는 프랑스 남부의 외딴 섬인 바시비에르 섬을 예술로 되살려보자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가 고안해낸 건 스케이트장이었다. 젊은이들이 제발로 이곳을 찾아오려면 '놀거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5년에 걸쳐 만들어진 첫 번째 스케이트파크 '오트로(OTRO)'는 바시비에르 섬에 젊은 관광객들을 끌어오며 '대성공'을 이뤘다. 그러자 세계 곳곳에서 '스케이트파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타임빌라스의 '내가모'는 영국, 브라질, 이탈리아 등에 이어 구정아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만든 스케이트파크다. 이 작품엔 자기 긍정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내가모'라는 작품 제목은 '내가 뭐?'의 발음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외부에서 따가운 시선이 받을 때마다 맞받아치는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아웃사이더 문화였던 스케이트 보드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는 보더들의 '고집'이 있었다. 보드를 탈 만한 곳을 찾아 세계 각국으로 떠나고, 때로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내가 뭐?'에는 그런 정신이 담겨있다."
'굳이 왜 계단, 난간 등 위험천만한 곳에서 타느냐'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꿋꿋이 보드를 타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보더들처럼, '어느 정도의 고집을 갖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은 것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아울렛 입구에 있는 연두색 스케이트파크는 그 상징이다. 쇼핑센터와 다양한 체험공간을 한 곳에 구현하겠다는 롯데백화점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면적 260㎡(80평)짜리 초대형 스케이트파크는 서로 다른 크기와 깊이의 6개 원으로 이뤄져있다. 누구나 와서 스케이트 보드를 탈 수 있다. 최근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초보 보더'들도 자주 찾는 '보드 성지'가 됐다.
그런데 이 스케이트파크가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아는지. 바로 구정아 작가(56)의 설치작품 '내가모(NEGAMO)'다. 구정아는 해외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세계적 작가다. 유럽 최대 현대미술관인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다. 한국인이 퐁피두에서 전시를 연 건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 이후 처음이다. 최근엔 '미술계 올림픽'으로 꼽히는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국가대표' 격인 한국관 대표 작가로 뽑혔다.
하지만 구정아의 작품 앞에 서면 궁금증이 생긴다. 형광 연두색 페인트로 칠한 스케이트파크가 뭐 그리 특별하길래 '예술'이란 건지. 단지 유명한 작가가 만들었다고 해서 예술작품이라고 하는 건지.
그 답을 찾으려면 구정아의 이전 작품을 알아야 한다. 구정아의 작품엔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보게 하는 힘'이 있다. 2009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선 사람들이 누워있는 잔디밭에 지름 1㎝의 반짝거리는 큐빅을 흩뿌려놨고, 2010년 미국 뉴욕 댄 플라빈 아트 인스티튜트에선 전시장을 형광 분홍빛으로 꽉 채웠다. 그냥 지나치고 말 법한 공간을 그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덧칠하는 것이다. '내가모'도 마찬가지다. 밤이 되면 따로 전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어둠 속에서 환한 연두빛을 낸다. 밝을 때 빛을 빨아들이고, 어두울 땐 빛을 내뱉는 '인광(燐光) 페인트'를 썼다. 낮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에 눈길이 가게 만들고, '이게 여기에 있었어?'라는 생각이 한 번이라도 들게 하는 게 작가의 의도다.
구정아의 스케이트파크는 '예술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구정아의 '스케이트파크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2012년 프랑스 바시비에르 섬이었다. 당시 구정아는 프랑스 남부의 외딴 섬인 바시비에르 섬을 예술로 되살려보자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가 고안해낸 건 스케이트장이었다. 젊은이들이 제발로 이곳을 찾아오려면 '놀거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5년에 걸쳐 만들어진 첫 번째 스케이트파크 '오트로(OTRO)'는 바시비에르 섬에 젊은 관광객들을 끌어오며 '대성공'을 이뤘다. 그러자 세계 곳곳에서 '스케이트파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타임빌라스의 '내가모'는 영국, 브라질, 이탈리아 등에 이어 구정아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만든 스케이트파크다. 이 작품엔 자기 긍정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내가모'라는 작품 제목은 '내가 뭐?'의 발음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외부에서 따가운 시선이 받을 때마다 맞받아치는 말이다.
작가는 말한다. "아웃사이더 문화였던 스케이트 보드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는 보더들의 '고집'이 있었다. 보드를 탈 만한 곳을 찾아 세계 각국으로 떠나고, 때로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내가 뭐?'에는 그런 정신이 담겨있다."
'굳이 왜 계단, 난간 등 위험천만한 곳에서 타느냐'고 손가락질을 받아도 꿋꿋이 보드를 타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보더들처럼, '어느 정도의 고집을 갖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은 것이다.
꼭 미술관에 가야만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출근길에 만나는 조형물, 업무차 들른 호텔에 걸린 그림, 아이 손을 잡고 찾은 백화점에 놓인 조각 중에는 유명 미술관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큼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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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