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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당분간 은행권 위기 확산하진 않겠으나…
은행권 대출 축소 가능성, 신용경색 우려 커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촉발된 금융권 불안이 다소 진정되고 있으나 살얼음판을 걷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은행권 대출 축소는 또 다른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SVB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신용 요건 강화와 대출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면서 "은행의 대출 심사가 강화될 경우 신용 경색이 발생함에 따라 미국 경기에 대한 하방 위험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장에선 은행권 위기를 계기로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의 취약성이 드러나 신뢰가 훼손된 만큼 시장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질 것이고 금융당국도 위기관리 차원에서 감독을 강화하면서 신용 위축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BoA는 우선 은행권 위기가 진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은행권 긴급대출이 최근 감소하면서 SVB 파산 등으로 인한 금융권 불안이 다소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3∼29일 1주일 동안 미국 금융권이 가지고 있는 미 Fed에 대한 미상환 차입금은 1526억 달러(약 201조원)로 이전 1주일(1639억 달러)보다 6.9% 줄어들었다. 특히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대출기구인 재할인창구를 통한 대출 잔액은 이 기간 882억 달러(116조원)로 집계돼 이전 주(1102억 달러)보다 20.0% 감소했다.

에단 해리스 BoA 글로벌 경제 리서치 헤드는 "은행권 위기가 완벽하게 진정됐다고 보기는 아직 힘들지만, 긴급대출이 감소한 것은 은행권 불안이 일부 진정됐다는 신호"라면서 "최근 미국 당국자들의 은행권에 대한 조치는 당분간 은행권 위기를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은행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대출 문턱을 급격히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신용경색은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단 해리슨는 "은행권 위기가 일단 진정되더라도 중·소형 은행의 부실은 여전히 불안 요소"라며 "은행 대출 기준은 갈수록 강화될 것인데, 이 경우 미국 경기의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은행권에서 기업 대출 기준을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기업 대출 기준을 강화한 은행의 순비율은 2021년 2분기(-32.4%)에서 지난해 4분기 44.8%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중·소형 은행의 대출 강화 순비율은 42.2%로 집계됐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