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는 엄지' 없는 마모셋 실패율은 6%…신체적 능력이 인지·예측력에 영향
엄지 활용한 마술 '프렌치 드롭'에 원숭이는 아는만큼 속았다
엄지를 활용한 기초적인 손동작 마술 중 '프렌치 드롭'(French Drop)이라는 것이 있다.

한 손의 엄지와 손가락으로 동전을 잡고 다른 손을 가까이하면서 순간적으로 동전을 가져가거나 원래 손바닥에 감춰 어느 손에 있는지 헛갈리게 하는 마술이다.

손가락 뒤에 감춰진 상태에서 동전을 잡은 엄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인데, 원숭이를 대상으로 이 마술을 보여줬더니 인간처럼 마주 보는 엄지를 가진 원숭이들만 속아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엄지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속은 셈인데, 이는 개체의 신체적 능력이 인지나 예측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로 제시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비교인지랩' 연구진은 엄지 구조가 다른 원숭이 세 종을 대상으로 프렌치 드롭 마술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원숭이 중에서 손재주가 뛰어나고, 석기를 이용해 견과류 껍데기를 까먹을 줄 아는 '흰목꼬리감기원숭이'(capuchin)와 이보다 손재주가 덜한 다람쥐원숭이, 그리고 나무를 오르는데 더 적합한 평행한 엄지를 가진 마모셋(명주원숭이) 등을 각 여덟마리씩 총 24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들에게는 동전 대신 땅콩과 거저리, 마시멜로 등의 먹이를 각각 제시했다.

그 결과, 인간처럼 마주 보는 엄지를 갖고,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정확히 집을 수 있는 흰목꼬리감기원숭이는 땅콩을 이용한 프렌치 드롭 마술에서 빈손을 선택하는 실패율이 81%에 달했다.

흰목꼬리감기원숭이만큼 능숙하지는 않지만, 제한적이나마 마주 보는 엄지를 활용할 줄 아는 다람쥐원숭이의 실패율도 93%로 거의 매번 속아 넘어갔다.

논문 제1저자인 엘리아스 가르시아-펠레그린 싱가포르국립대학 조교수는 "다람쥐원숭이가 엄지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없음에도 속아넘어간 것은 행동을 예측하는데는 대략적으로 할 줄 알면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달리, 마주 보는 엄지가 아예 없는 마모셋은 원래 마시멜로를 들고 있던 손을 선택함으로써 실패율은 6%에 그쳤다.

스쳐 지나가는 손의 엄지가 마시멜로를 다른 손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해석됐다.

앞서 연구팀이 까마귓과 조류인 '어치'(Eurasian jay)를 대상으로 한 프렌치 드롭 실험에서도 마모셋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발달 단계가 제각각인 엄지 대신 원숭이 종이 모두 할 수 있는 주먹을 이용한 속임수 실험에서는 마모셋도 다른 원숭이와 똑같이 속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선임 저자인 심리학 교수 니콜라 클레이턴 박사는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볼 때 이 행동을 직접 할 때 이용되는 신경체 부위와 같은 곳이 활성화한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신경운동시스템의 이런 동조 현상은 프렌치 드롭 마술이 꼬리감는원숭이와 다람쥐원숭이에게만 통하고 마모셋에게는 먹히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개인의 타고난 신체적 능력이 자신들이 봤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자각과 기억, 주변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높여줬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