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미인도'에 전통적인 여성상이 담겼다면, 국립무용단의 '미인'은 역동적이고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 미인도'를 제시하는 공연이 될 것입니다"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양정웅 연출이 국립무용단 '미인'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국립무용단이 신작 '미인'으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부채춤, 탈춤, 칼춤, 강강술래 등 전 국민에게 친숙한 11개의 민속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다. 29명의 출연진 전원이 국립무용단 소속 여성 무용수로 구성된 점도 이번 작품의 특징이다.연출부터 무대 디자인까지 각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문가가 모인 화려한 연출진도 돋보인다. 양정웅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총연출을 맡은 '국가대표 연출가'다. 지난해에는 황정민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연극 '맥베스'를 무대에 올렸다. 이날 양 연출은 "한국 민속무용에 담겨있는 섬세함, 흥, 멋, 역동적인 에너지를 담았다"며 "민속 무용 소재로 우리 민족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인'의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안무는 춤 서바이벌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한국무용 코치로 출연해 얼굴을 알린 정보경 안무가가 담당했다. 정 안무가는 우리 전통춤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한 안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에 남성 무용수들이 맡아온 춤을 여성 무용수들이 추고, 탈춤 장면에서 탈을 쓰지 않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작품에 녹아있다. 그는 "국립무용단은 미래를 위한 고전을 만드는 단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정서를 담으면서도 전통춤의 미학을 젊은 감각으
장물이란 사실이 드러난 보물 '대명률'이 보물 목록에서 9년 만에 제외된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유산의 지정이 취소된 첫 사례다. 이 유물을 돌려받은 원소유주가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신청할 경우 보물로 재지정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1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동산문화유산 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고 대명률의 보물 지정을 취소하는 안을 가결했다. 문화유산위원회는 "(보물) 허위 지정 유도에 따른 형이 집행됨에 따라 이에 따라 후속 처리를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대명률은 조선시대 형법의 근간이 되는 명나라 법전이다. 이번 유물은 1389년 명나라에서 수정·편찬된 책의 판본으로 추정된다. 중국에 남아 있는 1397년 반포본보다도 오래된 희귀본이라는 평가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임시로 보관 중이다.대명률은 2016년 보물로 지정된 직후 장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경기북부경찰청이 전국 사찰과 사적, 고택 등에서 문화유산을 훔친 도굴꾼과 절도법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이 유물은 경북의 한 사립관장이던 A씨가 2012년 장물 취급업자로부터 15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라며 입수 경위를 속이고 보물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 들통나자 A씨는 문화재보호법(현재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대명률은 보물로 지정되기 5년 전인 2011년 도난 신고된 상태였다. 원소유주인 문화 류씨 집안은 '지난 1998년 경북 경주의 고택인 육신당
고전 발레 속 남자 캐릭터는 평면적이라는 비판에 자주 직면한다. 연인인 오데뜨와 악마의 딸 오딜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거나('백조의 호수'의 지크프리트 왕자), 신분 상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 오랜 사랑을 져버리거나('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귀족이란 신분을 속이고 시골 아가씨를 꼬셔서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배신하거나('지젤'의 알브레히트). 한심한 남자들이지만 무대 위에서 이들에게 매력을 불어넣는 건 발레리노들이다. 무용수는 실수와 후회, 참회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각자의 해석을 통해 온 몸으로 표현한다. '나쁜 놈'에 대해 이렇게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건 발레리노만의 특권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 첫 정기공연작품 '지젤'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4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 가까이 예술의전당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고전 발레를 이토록 오래 올린다는 건 발레단으로선 보기 드문 도전.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알브레히트만해도 객원 무용수 전민철까지 포함하면 7명에 달한다.알브레히트를 연기하는 수석무용수 이현준(2007년 입단)과 새내기 귀족 청년 임선우(2018년 입단)를 최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발레단 창단 40주년 기념 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의 절친한 친구 머큐쇼(임선우)와 벤볼리오(이현준)로 연기한 적이 있다. 죽어가는 모습의 임선우를 보면서 무대 위 이현준은 꺼이꺼이 울었다. 입단 연도의 차이는 크지만 두 사람은 예술가로서 그만큼 각별하다. 연습실 캐비닛을 가까이 두고 있는 이들은 이날도 각자가 해석한 인물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현준은 "수석무용수로서 승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