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도 명장] 현장개선 아이디어만 7천339건…현대차 남진배 주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3년 연속 사내 우수제안자 타이틀…국가품질명장,울산시 명장에도 올라
58억원 예산절감 성과…"끊임없이 현장 다니며 개선점 찾아"
[※ 편집자 주 = 울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산업 수도'입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업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명장과 장인들이 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 4차 산업 시대라고 합니다.
현장이 자동화하고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연합뉴스는 그동안 기술 개발과 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켜온 울산 지역 명장과 장인들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매월 첫째 월요일에 송고합니다.
]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습니다.
공장에 남아서 동료들에게 궁금한 점을 늘 물어봤어요.
결국 현장에 답이 있더군요.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소재안전보건팀에서 근무하는 남진배(61) 기술주임은 37년가량 일하면서 현장 개선 아이디어를 7천339건 제안했다.
아이디어가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현장에 적용돼 58억원 상당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인정받는다.
현대자동차 안에선 3년 연속 전사 최우수 제안자 타이틀을 달았고, 대외적으론 국가품질명장, 울산시 명장 등에도 선정됐다.
그가 기술인의 길에 들어선 것은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인문계인 울산고등학교에 다녔던 남 주임은 쇳물을 붓는 모습이 그려진 학과 소개 포스터를 보고, 너무 멋있게 느껴져서 울산과학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졸업 후 군 복무까지 마치고 1986년 9월 현대차 울산공장에 취직하게 됐다.
"입사 후 7∼8년은 사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회사에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현장 개선 활동을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회사 생활을 하던 남 기술주임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94년 사내 현장 개선 활동에 처음 참여했을 때다.
그는 당시 육속(육단) 자동변속기 스피드 센서 홀(속도감지기를 장착하는 구멍) 모양을 바꾸는 안을 냈다.
스피드 센서 홀에 속도 감지기를 장착하면 이격이 발생하는 등 불량이 잦았는데, 남 기술주임은 이 홀을 감싸고 있는 금형 형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실제 이 아이디어는 적용됐고, 불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남 기술주임은 은상을 받게 됐다.
첫 제안이 채택돼 상을 받고 성과급을 타게 된 것이 계기가 되면서 그는 현장 곳곳을 누비며 개선해야 할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각종 기계와 장치를 살펴보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장에 어떤 비효율이 있는지 계속 확인했다.
문제점을 들으면 메모했고, 개선 방법을 고민했다.
잘 모르는 분야는 관련 업무를 잘 아는 동료를 찾아가서 물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리된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했고, 그렇게 쌓인 것이 7천 건을 훌쩍 넘게 됐다.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넘는 것은 2000년대 초, 육속 자동변속기가 도입된 이후 변속기 케이스 미션오일 누유 불량률을 낮춘 것이다.
기존 사속(사단)에서 육속으로 자동변속기가 바뀌고 구조가 복잡해지자 자동변속기 케이스 불량률이 2.3% 정도 나왔는데, 남 기술주임은 이 케이스를 만드는 주조 금형 온도, 압력, 시간 등을 계속 바꿔 가면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이 조건을 조합해 표준화하자 불량이 40% 정도 감소했다.
현장 개선 제안은 특허로도 이어졌다.
남 기술주임은 디자인 특허와 기술 특허 등 모두 5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특허는 '3차원 측정용 지그'다.
3차원 측정을 위해선 측정기 위에 물체를 들어 올리고, 측정 지점까지 밀어 넣어야 하는데, 주조에 쓰이는 물체 대부분이 매우 무겁다 보니 동료들이 허리통증 등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
남 기술주임은 일단 물체를 바퀴가 달린 판 위에 올려서 측정 지점까지 이동시켜 사람이 써야 할 힘을 줄였고, 바퀴에는 잠금장치를 달아 안정성을 높였다.
현장 개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매우 귀찮게 했지요.
아이디어 제안으로 포상도 많이 받으니 '너무 설친다'는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
남 기술주임은 혼자서 현장 개선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팀을 만들어 현장 개선 아이디어를 모았고, 자동변속기 누유(리크) 방지 방법 등으로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 나가서 대통령상을 4번이나 받기도 했다.
남 기술주임은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 일부는 기부하고 동료들과 부부 동반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던 것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정년을 작년에 이미 맞이했고, 촉탁직으로 일하는 올해가 끝나면 현장을 떠나게 되는 남 기술주임은 캠핑카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이 꿈이다.
이미 캠핑카를 구입했고 2025년 5월에 출발할 계획이다.
그는 3일 "현대차가 이제는 유럽 도로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기여한 우리 자동차가 세계를 누비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회사에 남은 후배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현장을 누비며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좋은 차를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연합뉴스
58억원 예산절감 성과…"끊임없이 현장 다니며 개선점 찾아"
[※ 편집자 주 = 울산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산업 수도'입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업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명장과 장인들이 경제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제 4차 산업 시대라고 합니다.
현장이 자동화하고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연합뉴스는 그동안 기술 개발과 경제 발전을 위해 묵묵히 산업현장을 지켜온 울산 지역 명장과 장인들을 재조명하는 기사를 매월 첫째 월요일에 송고합니다.
]
![[산업수도 명장] 현장개선 아이디어만 7천339건…현대차 남진배 주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AKR20230331092900057_01_i_P4.jpg)
공장에 남아서 동료들에게 궁금한 점을 늘 물어봤어요.
결국 현장에 답이 있더군요.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소재안전보건팀에서 근무하는 남진배(61) 기술주임은 37년가량 일하면서 현장 개선 아이디어를 7천339건 제안했다.
아이디어가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현장에 적용돼 58억원 상당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인정받는다.
현대자동차 안에선 3년 연속 전사 최우수 제안자 타이틀을 달았고, 대외적으론 국가품질명장, 울산시 명장 등에도 선정됐다.
그가 기술인의 길에 들어선 것은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다.
인문계인 울산고등학교에 다녔던 남 주임은 쇳물을 붓는 모습이 그려진 학과 소개 포스터를 보고, 너무 멋있게 느껴져서 울산과학대 금속공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졸업 후 군 복무까지 마치고 1986년 9월 현대차 울산공장에 취직하게 됐다.
"입사 후 7∼8년은 사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회사에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현장 개선 활동을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회사 생활을 하던 남 기술주임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1994년 사내 현장 개선 활동에 처음 참여했을 때다.
그는 당시 육속(육단) 자동변속기 스피드 센서 홀(속도감지기를 장착하는 구멍) 모양을 바꾸는 안을 냈다.
스피드 센서 홀에 속도 감지기를 장착하면 이격이 발생하는 등 불량이 잦았는데, 남 기술주임은 이 홀을 감싸고 있는 금형 형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실제 이 아이디어는 적용됐고, 불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남 기술주임은 은상을 받게 됐다.
첫 제안이 채택돼 상을 받고 성과급을 타게 된 것이 계기가 되면서 그는 현장 곳곳을 누비며 개선해야 할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하고 퇴근하면서 각종 기계와 장치를 살펴보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장에 어떤 비효율이 있는지 계속 확인했다.
문제점을 들으면 메모했고, 개선 방법을 고민했다.
잘 모르는 분야는 관련 업무를 잘 아는 동료를 찾아가서 물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정리된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했고, 그렇게 쌓인 것이 7천 건을 훌쩍 넘게 됐다.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넘는 것은 2000년대 초, 육속 자동변속기가 도입된 이후 변속기 케이스 미션오일 누유 불량률을 낮춘 것이다.
기존 사속(사단)에서 육속으로 자동변속기가 바뀌고 구조가 복잡해지자 자동변속기 케이스 불량률이 2.3% 정도 나왔는데, 남 기술주임은 이 케이스를 만드는 주조 금형 온도, 압력, 시간 등을 계속 바꿔 가면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이 조건을 조합해 표준화하자 불량이 40% 정도 감소했다.
현장 개선 제안은 특허로도 이어졌다.
남 기술주임은 디자인 특허와 기술 특허 등 모두 5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특허는 '3차원 측정용 지그'다.
3차원 측정을 위해선 측정기 위에 물체를 들어 올리고, 측정 지점까지 밀어 넣어야 하는데, 주조에 쓰이는 물체 대부분이 매우 무겁다 보니 동료들이 허리통증 등을 호소하는 일이 많았다.
남 기술주임은 일단 물체를 바퀴가 달린 판 위에 올려서 측정 지점까지 이동시켜 사람이 써야 할 힘을 줄였고, 바퀴에는 잠금장치를 달아 안정성을 높였다.
![[산업수도 명장] 현장개선 아이디어만 7천339건…현대차 남진배 주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AKR20230331092900057_02_i_P4.jpg)
"다른 사람들을 매우 귀찮게 했지요.
아이디어 제안으로 포상도 많이 받으니 '너무 설친다'는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
남 기술주임은 혼자서 현장 개선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동료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팀을 만들어 현장 개선 아이디어를 모았고, 자동변속기 누유(리크) 방지 방법 등으로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 나가서 대통령상을 4번이나 받기도 했다.
남 기술주임은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 일부는 기부하고 동료들과 부부 동반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던 것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정년을 작년에 이미 맞이했고, 촉탁직으로 일하는 올해가 끝나면 현장을 떠나게 되는 남 기술주임은 캠핑카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이 꿈이다.
이미 캠핑카를 구입했고 2025년 5월에 출발할 계획이다.
그는 3일 "현대차가 이제는 유럽 도로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기여한 우리 자동차가 세계를 누비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회사에 남은 후배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현장을 누비며 문제를 해결하면서 더 좋은 차를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