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국적 주민·국제학교 친구 등 80여 명 마지막 길 배웅

"이번 화재는 그저 우연히 발생한 희생이 아니라, 이 사회 속에서 약자가 처해 있는 비극입니다.

빌라 주택 화재로 세상을 떠난 나이지리아 국적 네 남매의 발인 예배가 열린 31일 오전 경기 안산 군자장례식장.
1층 발인실 한쪽에 네 남매의 영정 4개가 나란히 놓였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추모 예배에는 시민 50여 명과 안산 나이지리아 공동체 10여 명, 숨진 아이들과 함께 국제학교들 다니던 친구들 10여 명 등 모두 80여 명이 자리했다.

한국식 상복을 입은 아이들의 어머니는 연신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고, 휠체어에 탄 채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아버지는 미동도 없이 예배 진행을 계속 지켜봤다.

예배는 이들 부부를 대신해 피해지원대책위원회를 결성, 빈소 마련을 도운 박천응 안산다문화교회 목사의 집례로 진행됐다.

예배에서 박인환 화정감리교회 목사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항상 약자들이 위험에 노출된다"며 "불과 50여 년 전 우리가 낯선 이방 땅에서 노동자로 환대받았었는데, 이제는 그 환대를 우리가 돌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예배에 참석한 이민근 안산시장은 "이번 화재 사고를 통해 더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며 "이후 (가족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와 어려움에 대해선 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고영인(안산단원갑) 의원은 "단란하게 뛰놀던 아이들이 갑작스레 변을 당한 것을 보며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며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이주민들의 어려움과 열악한 환경을 바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 나이지리아 대사관 관계자들도 추모 예배에 참석, 고인들의 마지막 넋을 기렸다.

나이지리아 국적 주민들은 영정 앞에서 아프리카 전통 추모곡을 함께 부르며 숨진 아이들을 애도했다.

추모곡은 영혼을 하나님께 부탁하며, 이승에서 잘 살아준 고인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의 영정이 예배장을 빠져나갈 때는 국제학교 친구들이 손을 흔들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도 했다.

예배에 참석한 안산 거주 한 나이지리아 국적 주민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한국에 있는 모든 나이지리아인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며 "하늘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장지는 함백산 추모 공원에 마련됐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3시 28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1층 A씨의 집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40여분 만에 잡혔고, 집 안에서는 A씨 부부의 11세·4세 딸과 7세·6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는 A씨 부부와 자녀 5명 등 모두 7명이 있었는데, 화재를 발견한 A씨 부부가 두살 배기 막내는 대피시켰으나 불길이 거세 다른 자녀들은 미처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