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사료 광고하듯 핵무기 선전…국민, 방사선처럼 선전전에 오염"
노벨상 수상 러 언론인 "러, 핵사용 가능…준비 정황 감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 언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격화로 인한 핵전쟁 위험을 경고했다.

지난 2021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1)는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러시아 정부가 그러한 준비를 하는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라토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서방이 자국을 지나치게 몰아붙일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암시를 끊임없이 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명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러시아가 미국을 포함한 모든 적을 파괴할 수 있는 현대적인 특별 무기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도 최근 올해 중반까지 이웃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라토프는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러시아 정부가 핵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는 선전전을 지속해서 펴고 있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TV 채널에서는 마치 애완동물 사료를 광고하는 것처럼 핵전쟁과 핵무기에 대해 선전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이 미사일, 저 미사일, 또 다른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TV 방송에선 영국과 프랑스를 (핵 공격의) 표적으로 삼거나, 미국을 쓸어버릴 핵 쓰나미를 일으켜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사람들을 (핵전쟁에) 준비시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BBC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국영 TV에서 유명 토크쇼 진행자는 "프랑스, 폴란드, 영국의 모든 군사목표물을 러시아의 합법적인 표적으로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이 진행자는 또 "그 누구도 엉뚱한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전략 핵무기로 섬을 쓸어버리거나, 전술 핵무기를 시험 발사하든지 실제로 발사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무라토프는 그런데도 많은 러시아인은 러시아를 평화의 나라로,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침략자로 묘사하는 정부 선전전을 믿고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선 12곳의 TV 채널, 수만 종의 신문, 소셜 미디어 등이 전적으로 국가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선전전을 펴고 있다"면서 "국민은 마치 방사선과 같은 이러한 선전전에 오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라토프는 그러나 푸틴과 그의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은 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며 젊은 세대는 생각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그는 "약 백만 명이 러시아를 떠났으며, 남아 있는 사람들 다수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유일한 희망은 세계를 적이 아닌 친구로 보고 러시아가 사랑받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무라토프는 푸틴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맞선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1년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