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중인 부모 대신 안산시 관계자들이 자리 지켜…31일 오전 발인

"밝았던 아이들이 끔찍한 사고로 세상을 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안타깝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
나란히 놓인 영정사진 속 웃는 얼굴…나이지리아 네 남매 빈소
빌라 주택 화재로 세상을 떠난 나이지리아 국적 네 남매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안산 군자장례식장.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째인 29일 오후 이곳을 찾은 한 사회복지법인 관계자 방모 씨는 "숨진 네 남매 중 한 명이 2년 전 다른 화재로 다쳤을 당시 우리 단체에서 치료비 후원 절차를 진행해 아이를 본 적 있다"며 "몸이 아파도 의기소침하지 않고 밝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데, 또 이런 사고로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 안타깝다"며 한숨 쉬었다.

이날 네 남매의 빈소 단상에는 해맑게 웃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정사진 4개가 나란히 올려져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숨진 네 남매의 부모인 A씨 부부가 병원에서 화재로 인한 상처를 치료받고 있는 관계로 안산시 관계자들이 내내 빈소를 지켰다.

지자체, 이주민 단체 관계자 등을 제외하고는 조문객이 거의 없어 빈소는 내내 조용하고 썰렁한 분위기였다.

통상 어린이의 빈소에는 아이가 생전 아끼던 장난감이나 간식 등이 놓이는 경우가 많지만, 네 남매의 영정이 올려진 단상에는 국화꽃 20여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앞서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인 '국경 없는 마을' 대표 박천응 목사는 피해지원대책위원회를 결성, 치료 중인 부모의 동의를 얻어 전날 오후 이곳에 빈소를 마련했다.

빈소를 찾은 박 목사는 "A씨 부부와 한 동네에서 살던 외국인 주민들이 네 남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빈소가 차려졌다는 소식이 많이 퍼지지 않은 듯하다"며 "아이들이 이제는 아픔과 고통이 없는 곳에서 편안한 안식을 누리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이정용 안산소방서장 등도 빈소를 찾아 아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했다.

A씨 부부가 여의치 않은 형편으로 빈소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사연이 알려지자 장례식장 측이 빈소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안산시에서도 긴급지원금을 마련해 장례 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A씨 부부가 시에 일정을 연기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혀오면서 31일 오전 11시에 이뤄지는 것으로 결정됐다.

장지는 함백산 추모공원이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3시 28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1층 B씨의 집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40여분 만에 잡혔고, 집 안에서는 B씨 부부의 11세·4세 딸과 7세·6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는 B씨 부부와 자녀 5명 등 모두 7명이 있었는데, 화재를 발견한 B씨 부부가 막내 A양은 대피시켰으나 다른 자녀들은 미처 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난 곳은 1994년 사용 승인된 바닥 면적 137㎡의 다세대 주택으로, 총 11세대 41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택 거주자는 주로 외국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