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모호한 연극이 있다. 관객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조차 제대로 없고 서 있거나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상관없다. 줄거리도 명확하지 않고 배우들의 대사도 특별히 없는 연극. 이런 공연을 연극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서울문화재단이 서울 동숭동 대학로극장 쿼드 개관 2년차를 맞아 자체 제작한 공연 ‘다페르튜토 쿼드’는 이 같은 ‘낯섦’을 통해 ‘연극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연출가 적극은 “언어와 음악, 무용이 명확히 구분되기 이전의 원시적인 형태의 연극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페르튜토 스튜디오’란 동일한 시리즈의 공연을 부산, 안산, 서울, 고양, 대구 등에서 올려 왔다.

연출가가 뭐라고 하든 간에 관객들은 연극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공연은 불·물·흙·공기 등 각각 4원소를 소재로 하는 네 개의 막으로 총 90분간 진행되는데 대사 한마디 없이 음악과 소품, 배우들의 움직임 그리고 자막으로 극이 전개된다. 실험극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다소 난해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공연의 가장 독창적인 특징 중 하나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이다. 배우가 관객들이 앉아 있는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한다. 경계가 없는 건 무대와 객석뿐만이 아니다. 관객은 수용자 역할을 넘어서 생산자가 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이 자유롭게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공유된다. 공연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그대로 기록되는 셈이다.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역할에 그쳤던 관객이 적극적인 참여자가 됨으로써 작품은 ‘대립의 공존’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공연은 28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