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력 없었지만 여러 정황으로 인사권자 뜻 알 수 있어"
김경욱 인천공항 사장 "물러나라는 정황에 사직서"
임기를 10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사퇴 압력은 없었다면서도 "보고에서 배제되는 등 물러나라는 정황이 있어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2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신뢰를 잃은 게 확인된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사퇴에 대한 직접적 압력이 있지는 않았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인사권자의 뜻을 알 수 있었다"며 "최근 (여객기에서) 실탄 발견 이후 국토교통부 장관 보고나 의전에서 배제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탄 발견 이후에 '사장은 보고하지 말라'고 요청받았다"며 "실탄 문제에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해임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보안 문제를 책임지고 물러나는 게 아니고 퇴임에 대한 의사를 확인했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압설에 대해선 "큰 미련이나 서운함은 없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적 대응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현실을 도외시한 법체계로 임기 불일치 등 관련 갈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법령이 정비돼야 한다"며 "주무 장관은 (기관장 등에) 사퇴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2월 인천국제공항 사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 2월1일까지다.

그는 23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만나 '현안 정리 후 용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24일 국토교통부에 4월28일자로 물러나겠다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언급했다.

김 사장은 그 자리에서 원 장관에 "'무슨 뜻인지 알겠다.

사퇴하겠다.

대신 한 달 기간을 달라'고 한 뒤 '사의를 못 믿으시겠다면 날짜를 지정해 사표를 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충암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국토부 국토정책관과 기획조정실장, 제2차관을 역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