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메이(바빈 라바리 분)는 여느 아이들처럼 공부보다 뛰노는 게 좋은 9살 소년이다.

시내에 나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사메이는 푸르른 초원과 기찻길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친구들과 숲속에 사자를 보러 가거나 아무도 살지 않는 폐건물에서 놀기도 한다.

그런 사메이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된 뒤부터 새로운 꿈을 갖게 된다.

영화 '라스트 필름 쇼'는 인도의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년 사메이가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좇는 이야기다.

영화계는 추잡하며, 브라만(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은 그런 '천한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사메이는 매일 학교에서 빠져나와 영화관으로 향한다.

사메이는 자신의 도시락을 영사 기사 파잘(바베시 쉬리말리)에게 내어주는 대신 영사실에서 공짜로 영화를 보게 되고, 파잘과 우정을 쌓으면서 필름과 영사기를 다루는 법도 익힌다.

이 작품은 연출을 맡은 판 나린 감독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골 마을에서 자란 감독은 사메이와 친구들이 노는 모습, 기차역 앞에서 차이(인도식 차)를 파는 아버지와 요리 솜씨가 뛰어난 어머니, 도시락과 맞바꾸어 극장 영사실에 몰래 들어가거나 필름을 훔쳐 소년원에서 밤을 보낸 이야기 등 실제 경험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탁 트인 하늘과 초록빛 풀잎이 무성한 들판, 자전거나 차량이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며 지날 때마다 일어나는 흙먼지 등 인도 시골 마을의 탁 트인 전경과 스크린을 가득 채운 사람 냄새는 묘한 따스함을 준다.

사메이처럼 '영화광'이라는 판 나린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수많은 고전영화를 오마주하기도 했다.

영화를 향한 일종의 러브레터인 셈이다.

열차가 도착하는 첫 장면은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5), 사메이가 학교 실험실에서 영사 기구를 통해 보는 달리는 말의 이미지는 연속동작 사진으로 영화 탄생에 공을 세운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작품을 연상케 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스토커'(1979)에 대한 오마주도 담겼다.

'라스트 필름 쇼'는 영화에 대한 영화임과 동시에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메이의 아빠는 마을 기차역에서 차이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지만, 전기로 움직이는 기차가 들어오면 더 이상 노점을 운영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영사 기사인 파잘은 프로젝터가 들어오면서 일자리를 잃고, 영사실에 쌓여있던 수많은 필름은 고물이 된다.

영화관의 디지털화로 직장을 잃은 친구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판 나린 감독은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져가는 옛것을 다양한 형태의 빛을 활용해 찬란하게 담아냈다.

감독은 "영화가 콘텐츠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것 같은 요즘 시대는 너무 기묘하고 슬프다"면서 "이 영화는 영화의 탄생, 성장, 죽음 그리고 그 재생을 축하하는 이야기이자 자연을 찬양하며 비, 천둥, 호수 혹은 사자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달 12일 개봉. 109분.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