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계' 바이든, 벨파스트 거쳐 아일랜드행…찰스 3세 대관식도 불참
바이든 북아일랜드 가면서 '찰스3세 패싱'…"외교적 무시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를 방문하기로 했지만, 찰스 3세 영국 국왕과는 만나지 않을 계획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과 영국 외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벨파스트 협정(성금요일 협정) 25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11일 벨파스트를 찾는다고 전했다.

찰스 3세와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은 공식 기념식을 위해 그다음 주에 벨파스트를 방문할 계획인 터라 바이든 대통령과 찰스 3세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양국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영국을 '무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1998년 4월 10일 영국과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정당들이 맺은 벨파스트 협정은 1960년대부터 이어진 북아일랜드 지역 유혈 분쟁을 끝낸 평화 협정으로, 부활절 이틀 전인 성금요일에 체결돼 성금요일 협정으로도 불린다.

공식 기념식에는 찰스 3세와 수낵 총리뿐 아니라 협정 당시 미국 정상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 민주당은 미국이 협상을 중재한 벨파스트 협정을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여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협정의 25주년을 기념해 벨파스트에서 하루 반을 보내고 나서 아일랜드로 건너가 '조상의 뿌리를 찾는' 사흘을 보낼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머니가 아일랜드계이고 부계도 아일랜드 혈통이 섞여 있다.

유년기 일부를 아일랜드계 외가 친척들에게 둘러싸인 채 보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17일 워싱턴을 방문한 레오 바라드카 아일랜드 총리와 함께 아일랜드 수호성인 성 패트릭을 기리는 '성 패트릭의 날' 기념행사를 하기도 했다.

바이든 북아일랜드 가면서 '찰스3세 패싱'…"외교적 무시 우려"
NYT는 바이든 대통령 아일랜드에 무게를 싣고 런던을 '패스'하는 계획이 미·영 양국 외교관들 사이에서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5월 찰스 3세의 대관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으며, 한 당국자는 NYT에 "방문 세부 일정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전 여왕과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를 만났으며, 여왕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는 점을 들며 바이든 대통령과 찰스 3세의 관계가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수낵 총리는 벨파스트 협정을 기념해 바이든 대통령을 영국에 맞이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도 수낵 총리가 벨파스트를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정상회의를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를 방문한 수낵 총리와 만났을 때 북아일랜드 방문 의사를 전달했으며 그를 6월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이날 영·미 정상들의 회동은 화기애애했는데, 영국이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약을 북아일랜드와 관련해 수정한 '윈저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직후였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에 앞서 바이든 정부는 영국 정부에 EU와 교착상태를 풀도록 재촉해 왔으며, 실제 합의에 도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벨파스트행에 길이 트였다고 NYT는 전했다.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찰스 3세, 심지어 수낵 총리까지 만나지 않으면 영국 대중지들에는 외교적 무시로 읽힐 것이라면서 "아주 그럴듯한 이유 없이 이대로 계획을 고수하면 워싱턴에서 영국의 입지에 대한 추가 증거로 여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북아일랜드 가면서 '찰스3세 패싱'…"외교적 무시 우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