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당직에 친문·정세균계 포진…친명계 "통합 위한 파격적 결단"
'사무총장 유임'에 내홍 격화 시각도…이상민 "시늉뿐인 탕평, 李 물러나야"
이재명, '비명계 중용' 당직개편 조기 단행…내홍 불길 잡힐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대거 들이는 지도부 개편을 단행함에 따라 확산일로를 걷던 당 내홍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지 주목된다.

취임 7개월을 맞은 이 대표는 '2기 지도부' 인선을 빨라도 차기 원내대표 선출 이후에나 할 방침이었으나 당내 일각의 인적 쇄신 요구가 커지면서 시점을 앞당겼다.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좀처럼 걷히지 않자 갈등 수습용으로 당직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단 당내 전반적 평가를 들어보면 이번 지도부 개편의 주된 목적이 내부 통합에 있었다는 점에서 비교적 무난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앞서 '1기 지도부'는 친명(친이재명)계 일색이었던 반면 새 지도부에는 친명계가 다수인 선출직 최고위원을 제외하곤 친문(친문재인)계·SK(정세균)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이재명, '비명계 중용' 당직개편 조기 단행…내홍 불길 잡힐까
우선 이 대표는 소위 '지도부 4역(役)'으로 불리는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전략기획위원장, 수석대변인 가운데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명계 인사로 교체했다.

또, 새 지명직 최고위원에 강성 비명계로 평가받는 송갑석 의원을 앉혔는데, 이를 두고 친명계 내에서는 '파격'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초선이 2명(고민정·장경태)이라는 점, 기존 임선숙 최고위원이 원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선인 송 의원의 최고위 내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당직 개편의 콘셉트는 4가지, 즉 통합과 탕평, 안정, 적재적소였다"며 "지도부가 이렇게 대폭 바뀐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그야말로 이 대표가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지도부 인사는 "인적 개편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건의도 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며 "친문에 SK계까지 두루 주요 당직에 앉힌 그야말로 파격"이라고 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한 색깔로 가던 지도부의 다양성이 대폭 보강됐다.

능력 면으로도 지난 지도부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비명계 중용' 당직개편 조기 단행…내홍 불길 잡힐까
다만, 당 한편에선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 자리를 그대로 둔 것을 두고 향후 내홍 격화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적 쇄신을 요구해 온 인사들의 '1호 교체 대상'이 바로 내년 총선 과정에서 막대한 권한을 지닌 사무총장이라는 점에서다.

벌써부터 비명계에서는 이번 당직 개편이 탕평을 빙자한 미봉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통화에서 "지도부는 이번 인사를 두고 탕평, 통합을 말하지만 모두 시늉이고 변죽 울리기에 불과했다"며 "당내 갈등의 본질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다.

이 대표가 물러나지 않고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새로 임명된 인물들 봐도 쓴소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당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완전히 오산"이라며 "당 대표가 안 물러난다면 최소한 사무총장이라도 바꿨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비명계 중진 의원도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당직 개편이었어야 했는데 부족하다"며 "새 지도부 가운데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인사는 송갑석 의원 1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다선 의원은 "자세히 따져보면 인적쇄신은 더미래(더좋은미래)와 같은 중립지대가 요구했다"며 "비명계는 당직 개편이 아닌 '이재명 사퇴'를 주장했기 때문에 갈등 자체가 봉합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당직 개편안 발표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인사가 인적쇄신을 요구한 인사들을 만족시킬 만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직 개편을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