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사태 이후 CS, 이제는 도이치방크까지 글로벌 은행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은행권 위기가 글로벌 경제의 거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상황에 4년 전 이미 제기되었던 SVB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SVB도 리먼도 무시한 경고…"그때 대처했더라면"
● 4년 전, '리스크 관리 시스템' 경고했던 연준

2019년 1월 연준은 SVB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주의가 필요한 사항(Matter Requiring Attention)'으로 규정해 통보했다. 이후 연준의 경고 메시지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0년에도 SVB의 위험 통제 시스템이 대형 금융기관 혹은 자산이 1천억 달러(한화 약 130조 원) 이상인 은행 지주사의 기준에 미달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VC 시장의 투자금이 확대됐고 SVB의 예금도 늘어났다. 2021년 1분기 SVB의 이자수익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이후 SVB의 자산 규모가 2019년 700억 달러 수준에서 2021년 말에는 2천억 달러가 넘게 늘어났다. 유동성 파티 속에 빠져있는 SVB에게 연준의 리스크 관리 경고 메시지는 아무 힘을 내지 못한 셈이다.

미 연방준비은행이 SVB 운영상의 심각한 문제를 인지한 건 2021년.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감독관들은 SVB를 감독하고 다시 한번 '주의가 필요한 사항(Matter Requiring Attention)' 및 '즉각적인 주의가 필요한 사항(matters requiring immediate attention)'이라는 경고를 담은 인용문을 발표했다. SVB가 회사가 대외적인 환경 악화 대비한 현금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풍족한 예금으로 운영되던 SVB는 경고에 대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하지 않았다. 2022년 7월까지 SVB는 연은의 경고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추가 검토를 통해 리스크 통제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초에도 SVB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도를 평가받은 후에 추가적인 결함이 확인되었고 이제 와 조치를 취하기에는 SVB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SVB 경영자들은 2022년 샌프란시스코 연준 직원들의 실사에서 당시 금리 인상으로 SVB의 이자 수익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VC 시장의 위축으로 투자 예치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만들었고 SVB의 유동성이 마르면서 채권 매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도록 했다.
SVB도 리먼도 무시한 경고…"그때 대처했더라면"
● 2008년 금융 위기도 무시했던 '경고'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붕괴로 2008년 맞게 된 금융위기 당시에도 경고의 메시지가 있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를 맡았고 미 의회 예산국장 직무대행까지 수행한 에드워드 그램리히가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경제 위기 촉발 가능성을 지적했다. 2007년 그의 저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미국의 최신 호황과 불황'은 우량하지 않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들이 아주 적은 시장 감독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마치 살인법이 있는 도시에 경찰이 감독하지 않는 것과 같다"면서 경고한 것이다.

1975년 제정된 '주택 담보 대출 공시에 관한 법률(Home Mortgage Disclosure Act)'에 의거해 당시 금융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법률이 모기지 대출 정보를 연방정부 공시 지침에 따라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모기지론의 위험성을 초기에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그램리히와 두터운 친분이 있었음에도 그의 경고 메시지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램리히가 지적한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넘겼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후 그린스펀이 청문회에서 한 "내가 실수했다(I made a mistake)"라는 답변은 오래도록 회자되기도 했다.

금융 위기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찾아온다지만 돌아보면 과거 경고의 메시지는 있었다. SVB 사태가 글로벌 시장에 얼마나 연쇄적인 확산을 가지고 올지 현재 단계에서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호황 속에서 경계감을 잃고 경고 메시지를 무시한 대가가 어떻게 돌아왔는지는 기억해야 하는 뼈아픈 교훈이다.


오민지기자 om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