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따내고 현지법인 설립…K벤처 '제2 중동 붐'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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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최대 스타트업 행사서
엔젤스윙·오톰, 나란히 1·2위
넥스트온은 5000억 규모 수출
脫석유 위해 빗장 연 사우디
중기부, 법인 설립 등 지원
엔젤스윙·오톰, 나란히 1·2위
넥스트온은 5000억 규모 수출
脫석유 위해 빗장 연 사우디
중기부, 법인 설립 등 지원
“대~한민국!(짝짝짝 짝짝).”
중동 최대 스타트업 행사 ‘BIBAN 2023’의 마지막 날인 지난 13일 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프런트컨벤션센터(RFECC)의 축구장 모양 무대에 함성과 응원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행사에 참가한 글로벌 500개 스타트업 가운데 최우수 업체를 선발하는 이벤트에서 한국 스타트업 엔젤스윙과 오톰이 각각 1, 2위를 거머쥐면서다.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는 상금으로 50만달러(약 6억4600만원) 투자 유치가 확정되자 즉석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기도 했다.
사우디가 한국 스타트업에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탈석유 정책 ‘비전 2030’에 따라 에너지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스타트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71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레드시’ ‘키디야’ 등 대형 국책 개발사업은 국내 스타트업에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건설, 보건의료,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등 분야도 다양하다.
호텔에 디지털 시스템을 제공하는 H2O호스피탈리티는 지난 1월 사우디 법인을 세웠다. 이달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는 “아부다비 투자진흥청, 사우디 투자부(MISA)와 사업 협약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6월부터 중동시장에 우리의 호텔 솔루션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국내에서 방송인 고(故) 송해 등을 가상 아바타로 되살리며 주목받은 곳이다. BIBAN 2023 행사에서 약 100개 업체가 부스를 방문해 협업을 문의했다. 관광 사업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적용하려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의 관심이 큰 분야다.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를 제조하는 오톰, 사우디 정부 투자기관인 RVC로부터 투자를 받은 보안기업 시큐레터 등은 군과 보안시설 등을 공략하고 있다. 레베카 황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중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콘텐츠, 커머스 등 여러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사우디는 ‘셰일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패권의 변화, 2014년부터 진행된 유가 폭락 등을 겪으며 탈석유 정책을 추진해왔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 비전 2030 같은 자신만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의 35%를 스타트업으로 충당하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계획이 공개되면서 한국 정부도 협업 논의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지난 9일 사우디 투자부와 정보 교환, 리야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벤처기업이 현지에 진출할 때 비자와 법인 설립도 지원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사우디는 외국 법인에 현지인 의무고용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중기부는 두 나라를 오가는 가교 역할을 할 사우디벤처캐피털(SVC)과의 공동펀드 계획을 구체화해 국내 스타트업을 도울 예정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제2의 중동 붐은 딥테크 같은 신기술 분야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사우디는 북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야드=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중동 최대 스타트업 행사 ‘BIBAN 2023’의 마지막 날인 지난 13일 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프런트컨벤션센터(RFECC)의 축구장 모양 무대에 함성과 응원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행사에 참가한 글로벌 500개 스타트업 가운데 최우수 업체를 선발하는 이벤트에서 한국 스타트업 엔젤스윙과 오톰이 각각 1, 2위를 거머쥐면서다.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는 상금으로 50만달러(약 6억4600만원) 투자 유치가 확정되자 즉석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기도 했다.
사우디가 한국 스타트업에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탈석유 정책 ‘비전 2030’에 따라 에너지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스타트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710조원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레드시’ ‘키디야’ 등 대형 국책 개발사업은 국내 스타트업에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건설, 보건의료,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등 분야도 다양하다.
LED 실내 농장 등 수출
국내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인 넥스트온은 이달 초 리야드에 지사를 열었다. LED(발광다이오드) 기반 ‘인도어 팜’(실내 농장) 기술로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6개국에서 4억달러(약 52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도 따냈다. 행사에 참가한 박성중 넥스트온 매니저는 “딸기 같은 상품성이 큰 작물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레드시, 키디야 등 사우디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호텔에 디지털 시스템을 제공하는 H2O호스피탈리티는 지난 1월 사우디 법인을 세웠다. 이달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지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웅희 H2O호스피탈리티 대표는 “아부다비 투자진흥청, 사우디 투자부(MISA)와 사업 협약을 추진 중”이라며 “이르면 6월부터 중동시장에 우리의 호텔 솔루션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국내에서 방송인 고(故) 송해 등을 가상 아바타로 되살리며 주목받은 곳이다. BIBAN 2023 행사에서 약 100개 업체가 부스를 방문해 협업을 문의했다. 관광 사업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적용하려는 사우디 국부펀드(PIF) 등의 관심이 큰 분야다.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를 제조하는 오톰, 사우디 정부 투자기관인 RVC로부터 투자를 받은 보안기업 시큐레터 등은 군과 보안시설 등을 공략하고 있다. 레베카 황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중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콘텐츠, 커머스 등 여러 분야의 한국 스타트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한국 창업 DNA’ 전수받는다
왕정 국가인 사우디는 해외 스타트업이 진출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던 곳이다. 그동안 해외 기업을 유치할 필요성이 적어 외국인 계좌 개설과 비자·거주증(이까마) 발급, 사업자 등록 절차 등이 매우 복잡했기 때문이다. 현지 사람을 써도 사업 허가를 받는 데 6개월씩 걸렸다는 게 창업자들의 이야기다.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사우디는 ‘셰일 혁명’으로 인한 에너지 패권의 변화, 2014년부터 진행된 유가 폭락 등을 겪으며 탈석유 정책을 추진해왔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 비전 2030 같은 자신만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의 35%를 스타트업으로 충당하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계획이 공개되면서 한국 정부도 협업 논의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지난 9일 사우디 투자부와 정보 교환, 리야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벤처기업이 현지에 진출할 때 비자와 법인 설립도 지원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사우디는 외국 법인에 현지인 의무고용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중기부는 두 나라를 오가는 가교 역할을 할 사우디벤처캐피털(SVC)과의 공동펀드 계획을 구체화해 국내 스타트업을 도울 예정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제2의 중동 붐은 딥테크 같은 신기술 분야가 중심이 될 것”이라며 “사우디는 북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야드=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