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외유성 국외 연수, 의회 신뢰 저하…아예 폐지해야"
유럽 출장가는 창원시의원 중 10명은 석달 전 싱가포르도 다녀와
경남 창원시의회 의원들이 이달 대거 유럽 출장길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이들 39명 중 10명은 석 달 전 싱가포르 연수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회의 외유성 국외 연수를 둘러싼 비판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해외 연수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4일 창원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범한 제4대 창원시의원의 외유성 국외 연수는 이달 말 차례로 예정된 유럽 출장뿐만이 아니다.

총 1억5천만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되는 상임위원회 4곳 소속 의원 39명의 유럽 출장과는 별도로, 창원시의원 일부는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말에도 국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이근 의장을 비롯한 총 11명의 의원은 당시 2천3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3박 5일간(12월 24일∼28일)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공무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를 보면 의원들은 동남아 대표 선진 문화도시인 싱가포르를 방문해 도시환경·재생 분야 등의 정책 현황을 직접 살펴보고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세부 일정을 살펴보면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먼 외유성 일정이 다수 포함돼 있다.

유럽 출장가는 창원시의원 중 10명은 석달 전 싱가포르도 다녀와
부산과 싱가포르 간 이동이 이뤄진 1·5일차 일정을 제외하고 보면 의원들은 2일차에 싱가포르 정수시설(NEWater)과 차이나타운, 멀라이언 파크, 싱가포르의 대표적 상징물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를 찾았다.

3일차에는 도심 명물인 마리나 인공제방(Marina Barrage·식수 확보용 대형 댐)과 보타닉가든, 아랍스트리트, 리틀인디아를 방문했다.

4일차 찾은 곳은 도시재개발청(URA), 센토사섬, 가든스바이더베이다.

의원들은 해양레저산업 비교 시찰, 다양한 문화시설 방문, 시정에 접목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발굴 등이 목적이라고 내세웠지만, 사실상 방문지가 관광명소 일색이어서 외유성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싱가포르 출장 인원 중 김이근 의장을 제외한 10명은 이번 유럽 출장길에도 또 오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의회의 외유성 연수를 둘러싼 비판이 거듭 이어져 왔음에도 유사 사례가 반복되자 아예 국외 연수를 없애야 한다거나 제도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가 강력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20년 가까이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해외연수 제도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광성 해외연수는 지방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도) 의원들이 죄의식도 없이 다녀오는데 국민 눈높이로는 이해할 수 없다.

지방의회 정책을 다루는 행정안전부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하지 말고 강력하게 손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